지난 1일 오후 대구 중구 공평네거리 신피부과병원을 끼고 들어선 한 골목. 몇 달 전만 해도 사람 그림자가 그리웠던 고사 직전의 골목은 새 숨을 불어넣은 듯 북적거림으로 가득했다. 두리번거리거나 호기심 가득한 눈길의 사람들이 붐볐고 대화와 속삭임이 작은 음악 소리와 함께 끊임없이 이어졌다. 어지간한 젊은이라면 다 알고 있는 '카페 골목'이다. 누가 어떤 점에 주목하는지에 따라 골목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고 살아나는 전형적인 사례다.
지난 5월 '카페 루시드'의 문을 연 이영주 대표는 "지난해만 해도 오후 8시면 인적이 없어 셔터를 내렸는데 이젠 밤 12시까지 붐빈다"며 "골목이 되살아나는 속도가 너무 빨라 당황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씨는 대구의 가장 중심이면서도 인적이 제일 드문 이 골목의 재생 가능성에 주목해 카페를 열었다고 했다.
그의 기대대로 골목이 되살아나기는 순식간이었다. 골목의 잠재된 힘에 불을 지피면 어떻게 활활 타오를 수 있는지를 보여준 전형이다. 200m 길이의 이 일방통행 골목은 올초까지만 해도 약국, 안과, 산부인과, 웨딩숍, 여행사 등이 이렇다할 색깔 없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커피숍, 카페도 불과 3곳뿐이었다.
하지만 대담하고 개성 넘치는 카페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둘 모여들면서 "그곳에 가면 예쁜 가게가 많다"는 소문이 퍼졌다. 골목의 가능성을 내다본 사람들은 앞다퉈 특색 있는 카페를 내놨다. 그 앞에서 사람들이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돌았고 금세 만남의 장소가 됐다. 현재 이 골목에는 안커피(Ahn)를 비롯해 루시드, 페퍼밀, 진스, 디자인팩토리, 딜, 어바웃, 코리 등 아기자기하고 독특한 가게가 골목을 재창조하고 있다.
서울 분당 카페 골목, 신사동, 인사동, 홍대앞 등의 골목 재생을 지켜봤다는 카페 디자인팩토리 신경철 대표는 "동성로 상권이라기엔 보잘것없던 이 골목에 가장 대구적이면서 독특한 디자인의 카페를 열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세포가 번식하듯 독특한 상점들이 골목을 가득 메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김재경·서상현기자 사진·이채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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