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순정이를 대학에도 보내고 시집도 보내줘야지요."
어려운 형편의 소녀가장을 남몰래 돕고 있는 평범한 한 시민의 선행이 차가운 겨울추위를 녹이고 있다. 미담의 주인공은 포항 구룡포에서 식당을 하는 허용주(54)씨.
그가 구룡포여자종합고등학교 2학년 김순정(18)양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3월. 아는 후배로부터 허름한 단칸방에서 할머니(77)와 힘들게 생활하고 있는 김양의 딱한 사정을 우연히 듣게 된 것. "이야기를 듣고 바로 찾아가 봤는데 순정이를 보는 순간 불우했던 제 어린 시절이 떠올라 저절로 눈물이 흐르더군요."
허씨는 그 자리에서 후배와 함께 매달 15만원을 김양에게 지원하겠다고 약속했고,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포항 한마음사랑후원회에도 재정지원을 요청해 매달 5만원씩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지난 7월에는 도배, 보일러 교체 등 김양의 집을 수리했고 최근에는 1년치 김장김치를 전달하는 등 한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최근 허씨를 초대한 최창식 구룡포여자종고 교장과 김길환 담임 교사는 "어렵고 힘든 환경의 순정이에게 삶의 활력과 웃음을 찾게 해 줘 너무 고맙다"며 연신 감사함을 전했다.
허씨는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되고 싶어하는 김양이 "앞으로 돈을 벌게 되면 꼭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고 말하자 대견한 듯 김양의 어깨를 다독이며 지속적인 후원을 다짐했다.
포항·강병서기자 kb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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