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서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를 거에요. 아무리 힘들어도 무대에 오르기만 하면 다시 힘이 솟죠."
'무대'의 계절이다. 송년회·신년회가 넘쳐나는 연말연시는 모임을 의미있고, 활기차게 만드는 무대 공연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
'춤' 하나로 뭉친 전통의 대구 프로댄스팀, 'UNITY(유니티, 016-623-7781)'는 연말연시뿐 아니라 1년 내내 무대를 빛내는 주인공들이다. 삼성라이온즈 치어리더 팀장으로 맹활약했던 전범숙(38) 단장이 1999년 '뮤지컬 무용단'으로 창단, 2003년 유니티로 재탄생 시켜 지금까지 중국 칭다오 세계맥주축제 한국 대표, 한일월드컵 범어네거리 거리응원, U대회 성공기원 두류공원 야외음악당 음악회, 몽골 건국 800주년 기념 음악회 초청공연 등 국내외의 굵직굵직한 무대에서 출중한 댄스 솜씨를 뽐내 왔다.
"전통과 실력 모두 대구 최고라 자부합니다. 지난 10년간 지상파·케이블방송 가릴 것 없이 전천후 댄스팀으로 활약해 왔고, 대구경북권 대학과 시.도축제 무대마다 빠짐 없이 함께 해왔으니까요."
같은 춤이지만 '죽었다 살아났다' 굴곡이 있는 무용과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강렬한 게 '댄스'만의 특징. 유니티가 소화하는 댄스는 그야말로 장르 불문이며, 그동안 짠 수많은 안무를 바탕 삼아 그때 그때 가장 어울리는 춤을 선보이고, 무대 성격에 따라 때론 짧고 강하게, 때론 신나고 즐겁게 좌중을 휘어잡는다.
"그래도 굳이 장르를 따진다면 힙합·재즈 댄스가 유니티의 주전공이이에요. 오프닝·엔딩 무대에서 3,4분 길이의 곡에 맞춰 2,3곡씩 한꺼번에 공연하는데, 매순간 힘을 실어 파워댄스의 진수를 보여 주죠."
유니티 팀원들은 경력 2~10년차 여자 셋 남자 둘. 채연옥(29)·이보라(23)·정윤영(23) 여성 멤버와 신수원(28)·오대엽(27) 남성 멤버가 절묘한 하모니를 엮는다. 사실 댄서만큼 편견에 사로잡힌 직업도 드물다. 춤 좀 춘다면 으레 '날라리'로 오해받기 십상이지만 누구보다 성실해야 하고, 때론 희생해야 하는 게 댄서라는 직업이다.
"어릴 때 꿈이 가수였고,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어요. 춤이 너무 좋아 8년전 유니티에 입단했는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낸 적이 없죠. 늘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쳐야 했으니까요. 어떨 땐 새해를 맞는 바로 그 순간에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날 때도 있었죠." 팀의 맏언니 채연옥씨는 "직업 댄서는 사생활을 포기해야 할 때가 많다"며 "춤에 대한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팀원으로 받아주지만 고된 연습과 일정에 얼마 버티지 못하고 곧 나가버리곤 한다"고 했다. "갑자기 일정이 잡히면 밤을 새서라도 춤 연습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의 각오로는 직업 댄서의 길을 걸을 수 없다"는 것.
그렇다면 이렇게 힘든 댄서의 길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막내 정윤영씨는 "그저 춤이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말 바쁠 땐 연애인처럼 차 안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할 때도 많아요. 그래서 우리끼린 지방 연예인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공연이 한꺼번에 겹치면 피곤에 지쳐 몸도 가눌 수 없지만 어금니 꽉 깨물고 겨우 무대에 오르곤 해요." 팀원들은 "이게 바로 무대병"이라며 "몸은 너무 너무 힘든데 관객 박수 소리만 들으면 다시 희열에 들떠 무아지경에 빠지곤 한다"고 했다.
"좋아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댄서로서의 가장 큰 축복같아요. 게다가 유니티 같은 좋은 팀을 만났으니 더 바랄게 없겠죠. 우리 팀은 힙합, 비보이가 뜨기 수년전부터 유행을 앞서간 최고의 팀이에요." 팀원들은 "오랜시간 함께 하다 보니 친남매보다 더 정이 들었다"며 "앞으로도 대구 최고의 댄스팀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환히 웃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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