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망 2009 대구공연계] 여상법 대구문예회관 공연기획자

2009년은 대구 공연계의 지각 변동이 예상되는 해다. 오는 3월 대구문화재단 공식 출범과 함께 아시아권 공연문화 및 공연서비스 산업 중심 도시를 복안으로 한 '공연문화중심도시' 계획안도 마련된다. 또 400억원 규모의 대구 뮤지컬 전용극장 사업이 첫 삽을 뜬다. 대구국제뮤지컬축제와 오페라축제 등 기존 공연 시장을 감안하면 공연계의 질적, 양적 팽창이 점쳐지는 부분이다. 대구 공연계의 실무자인 공연기획자들을 찾아 대구공연시장의 가능성과 걸림돌을 살펴본다.

흔히 한 도시의 문화지표는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회관 역량에 두는 경우가 많다. 뮤지컬과 연극 등 상업 예술이 가능한 대규모 공연장과 함께 지자체의 예산을 받는 기초 예술 공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2년간 대구문화예술회관 기획공연을 책임지고 있는 여상법 학예연구사는 기초예술분야의 발전 없이는 상업예술도 결국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 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기획 공연이 인지도가 부족하다는 평도 있다. 막상 공연은 괜찮은데 인지도가 낮아 관객동원력이 부족하다는데….

"대구문화예술회관 기획 공연 성격을 알아야 한다. 실력은 있는데 인지도가 낮아 흥행성이 떨어지는 뮤지션을 발굴하는 것이 우선 목표다. 대형자본이 투입돼 민간시장에서 자생하는 공연을 우리가 품을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 무명의 정통 클래식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4년 전 한국 대표 소프라노 신영옥을 초청, 크리스마스 공연을 한 적이 있다. 단, 입장료는 1만원이었다. 이것이 바로 문화예술회관 기획공연의 저력이다.

-정통 클래식과 재즈, 실내악 등 기초예술 공연에 집중했다. 무려 12년간이다. 대구의 클래식 공연 시장을 분석해 달라.

"수년 전부터 대구 클래식 공연시장이 위축됐다. 기초예술의 위기다. 뮤지컬 등 상업예술이 흥행하는 현상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상업예술과 기초예술의 공생이 이뤄지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 상업예술이 유행을 타면 상대적으로 클래식 시장이 등한시된다. 안타깝다. 기초예술은 상업예술을 꽃피우는 발판이다. 수백년을 이어온 예술의 집약체다."

-클래식 등 기초예술이 무조건 중요하다고 역설하는 데서 그쳐선 곤란하다. '클래식도 재미있다'는 인식을 만들어주는 것이 기획자의 역할 아닌가?

"그동안 공연장에서 수많은 이벤트를 시도했다. 외국 뮤지션의 앙코르 공연에서 한국 동요가 연주되는가 하면 동영상을 이용한 공연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상업 공연의 화려함과는 비교가 안 된다. 클래식의 형식미까지 무시하며 공연을 진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흥행성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에 연중 공연 계획이 마련되지 못하는 것인가? 외국 클래식 공연계에선 매년 초 2년 공연 일정을 발표한다.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흥행성이 담보된다면 굳이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 클래식 시장이 워낙 열악하다 보니 리스크 범위가 책정이 안 된다. 연간 공연 일정과 달리 다른 공연이 진행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클래식 붐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기획자이자 학예연구사로서 말이다.

"IMF 당시인 1997년 12월 임용됐다. 공무원 신분으로 공연기획자를 뽑은 것은 전국 최초였다. 책임감과 부담감이 굉장히 컸다. 모교 출신과 동향이라는 이유로 특정 예술인들에게 공연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적도 있었다. 오해도 많이 샀다. 요즘 공연 기획자로서 다시금 고민에 빠져 있다. 공부도 하고 현장체험도 했는데 알수록 더 어렵다. 확실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구가 '공연문화중심도시'로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가능성은 50대 50이다. 성과가 나지 않는 클래식 공연 시장에 실망한 적이 많았다. 공연장 입구에 클래식 공연 포스터와 일정표만 놔둬도 공연장이 절로 차는 독일 공연시장이 부러웠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지역 오케스트라 공연 소식을 신문 1면에 싣는 그들의 자긍심도 놀라웠다. 지금 대구 공연계는 자본과 관객 모두 상업공연에 관심이 쏠려 있다. 기초를 등한시한 상업예술은 사상누각이다. 기초부터 다지지 않는 이상 관객층은 유행에 따라 흔들릴 수밖에 없다. 또 관객분석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규모 설문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다. 최소 1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관객 분석이 필요하다. 공연장을 직접 찾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단편적이고 편협한 설문이 아닌 대구 시민과 경북을 아우를 수 있는 관객 분석이 필요하다. 내부를 모르고서 어떻게 공연문화중심도시가 될 수 있겠는가?"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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