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화 들려주는 송일초교 손진규 교장

교장선생님 이야기 술술~ 학생 성적 쑥쑥~

▲ 대구 송일초교 손진규 교장은 매일 아침 학급을 돌면서 동화구연을 해주는
▲ 대구 송일초교 손진규 교장은 매일 아침 학급을 돌면서 동화구연을 해주는 '이야기 선생님'이다. 전창훈기자

"옛날 옛적에…"

기자에게 동화를 구연해보이는 대구 송일초등학교 손진규(61) 교장. 그에게서 교장의 '권위'는 찾아볼 수 없다. 수더분하고 다정한 이웃집 아저씨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손 교장은 교내에서 '이야기 선생님'으로 통한다. 지난해 3월부터 아침 독서시간을 이용해 한 학급씩 찾아다니며 학생들에게 맛깔스런 동화를 들려준다. 특별하게 개인적인 일이 없거나 아침행사가 없는 날은 학급을 돌다 보니 벌써 33학급을 두 차례나 순회했다.

동화만 들려주는 것이 아니다. "학급을 방문하기 전날,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해요. 그 학급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없는지, 혹시 말썽을 피우는 학생이 없는지 물어보죠. 그런 뒤 학생들에게 동화를 들려줄 땐 말썽꾸러기 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우죠. 그러면 말썽꾸러기 학생은 자신인지 깨닫고 다음부터 말썽을 덜 피워요."

그는 구연동화 전문가다. 과거 전국 아버지 동화대회나 전국 선생님 동화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이채로운 경력을 갖고 있다.

"40여년 전 상주 옥산초교에 교사로 첫 부임을 해보니 학생들이 경상도 사투리를 많이 사용하고 발표력도 많이 떨어지더라고요. 그런 점을 고치기 위해 방과 후에 매일 1, 2시간씩 글짓기나 아동극, 웅변 등을 가르치기 시작했죠. 그렇게 가르치면서 될 수 있으면 학생들을 많은 대회에 참가시켰죠."

당시 학예발표회를 앞두곤 연극도 가르쳤다. 대학교 때 연극동아리 활동을 한 경험을 살려 시나리오와 효과음 등을 책임지고 학생들을 지도한 것. "학예발표회가 끝나고 한 학부모가 양말 두 켤레를 선물로 갖고 왔더라고요. 자녀가 연극을 배운 뒤 성격이 적극적이고 활달해져 정말 고맙다면서요." 그러면서 손 교장은 연극 예찬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연극이 학생들에겐 꼭 필요한 도구라는 것이다. "연극을 배우면 남 앞에 나서도 절대 떨지 않아요. 인간관계나 언어 순화에도 큰 몫을 하죠. 나중에 학창시절 추억도 만들 수 있어요. 가능하면 자녀에게 연극을 배우도록 하는 것도 좋아요."

그의 열정은 주말에도 식지 않았다. 청소년연맹의 아람단 활동을 하면서 주말에도 학생들을 데리고 야영을 떠나거나 연극이나 웅변지도를 한다. 이런 공로로 1992년 제1회 서암교육대상을 받기도 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 웅변대회나 연극대회 등에 잇따라 참가해 수상의 기쁨도 누렸다. 여러 차례 수상실적으로 교장실과 집에는 상패와 상장들이 가득하다.

손 교장이 교과 외에 많은 것을 가르칠 수 있었던 것은 남다른 열정과 노력 덕분이다. "지난 40여년 동안 거의 매일 귀가하면 교재를 중심으로 연구활동을 했어요. 젊었을 때부터 하루에 잠을 5, 6시간밖에 자지 않았죠. 그러다 보니 가정일은 다소 소홀해져 불만이 적잖아요."

그는 8월이면 교직을 떠난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엔 여전히 학생들이 자리한다. "동화구연이 학생들에게 무척 유익하다는 것은 아시죠? 퇴임하면 아버지동화구연모임을 하나 만들려고 해요."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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