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효스님 갔던 길' 관광상품 된다

한국 불교의 선구자, 원효대사의 발자취를 탐방하는 관광상품이 본격 추진돼 관심을 끌고 있다. 앞으로 3년 간 진행될 이 사업은 특히 순례여정에 포함된 사찰 469개 중 68%가 넘는 321개가 대구와 경북에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12일 오후 7시부터 두 시간 동안 경주 신라밀레니엄파크에서 열린 사업착수 기념행사에도 각국 대사와 카메룬 관광부장관 등 외국인 70여명이 참석, 강추위 속에서도 골굴사 스님들의 선무도 등을 관람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국내 첫 순례여행 관광상품으로 기획된 원효 트레일(Wonhyo Trail) 사업은 매년 순례단을 모집, 대사가 당나라 유학에 오르기위해 순례했던 길을 다시 찾는 형식이다. 순례기간 중에는 달라이 라마와 미국배우 리처드 기어 등 불교계 인사들도 초청돼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 브랜드로 발전시킨다는 전략이다.

올해 사업은 오는 3월, 원효대사가 창건한 경주 기림사를 기점으로 첫 출발할 예정이다. 평택까지 20개 시·군 470여개 사찰을 순례하는 거리는 697km이지만 산 속 사찰을 찾아 오르내리는 거리까지 감안하면 1천km가 넘는 여정이다.

경북에는 7개 시·군 321개 사찰 탐방이 잡혀 있다. 경주시가 132개로 가장 많고 상주 51개, 경산과 구미가 각각 33개, 문경 31개, 영천 26개, 군위 15개 등이다.

경북에서는 순례탐방길이 2개 코스로 나눠 진행된다. '경주-영천-경산-대구-구미-상주'와 '경주-영천-경산-군위-문경' 코스다. 사찰별로 구체적인 기행일정은 없다. 14세기에 쓰여진 제프리 초서의 '켄터베리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어 일정변경이 수시로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때문이다. 순례탐방은 매월 1, 2회 이뤄지며 템플 스테이와 연계된다. 또 자생 약초와 한방원리를 이용해 심신을 치료하는 '웰빙 한방 트레일', 사찰음식과 차 등을 활용한 '웰빙 푸드기행', 나무심기를 비롯한 이산화탄소줄이기 등 '기후변화방지 환경대장정' 등 패키지상품도 개발한다.

주최측은 "특정 거리를 걸은 후 전문 작가들과 참가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옮겨 적어야 해 날짜를 확정할 수 없다"며 "다만 본 행사가 시작된면 홈페이지를 통해 행사일정을 소개할 방침이어서 순례여행의 선택 참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3년 동안 순례길에서 나눈 이야기들은 책 '한국판 현대 켄터베리 이야기'로 펴낸다. '켄터베리 이야기'는 영국 런던에서 켄터베리대성당을 찾아가는 중세 순례자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으로 생활상과 가치, 풍속을 반영한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인터넷에 '세계 순례 트레일 네트워크' 사이트를 개설, 한국 및 세계의 순례코스와 지리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국내외 관광객 유치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사업을 주관한 유엔 세계관광기구 산하 지속가능관광-빈곤퇴치재단(ST-EP) 도영심 이사장은 "원효대사의 순례여정을 따라가면서 자기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 보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이라면서 "외국인들의 활발한 참여를 유도해 신라 불교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백상승 경주시장은 "인프라 구축 등 별도의 투자가 없는 이 상품은 옛 사상을 찾아가는 새로운 모델로 경주 관광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적극적 지원을 약속했다.

경주·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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