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歷史 상징 좋은 이름만큼 볼거리 있는가?

[대구 도심 재창조] 역사·테마가 있는 공원 만들자

▲ 종각네거리쪽에서 내려다본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의 야경. 근세사 테마공원으로 조성할지, 교육문화공원으로 변모시킬지 검토중이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부딪혀 있다.
▲ 종각네거리쪽에서 내려다본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의 야경. 근세사 테마공원으로 조성할지, 교육문화공원으로 변모시킬지 검토중이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부딪혀 있다.
▲ 노보텔에서 내려다본 2.28기념중앙공원 야경. 도심 한가운데에 있지만 주위 특성과 어울리지 않는 자연공원으로 조성돼 밤이 되면 깜깜하고 인적이 끊긴다.
▲ 노보텔에서 내려다본 2.28기념중앙공원 야경. 도심 한가운데에 있지만 주위 특성과 어울리지 않는 자연공원으로 조성돼 밤이 되면 깜깜하고 인적이 끊긴다.
▲ 대구시가 지난 연말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산책로에 만든 은하수길이 가족, 연인들에게 명물이 되고 있다.
▲ 대구시가 지난 연말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산책로에 만든 은하수길이 가족, 연인들에게 명물이 되고 있다.
▲ 경상감영공원 뒷편에 늘어선 관찰사와 판관들의 선정비. 의미를 아는 사람들이 아니면 무심히 지나치는 게 보통이다.
▲ 경상감영공원 뒷편에 늘어선 관찰사와 판관들의 선정비. 의미를 아는 사람들이 아니면 무심히 지나치는 게 보통이다.

경상감영공원,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2·28기념중앙공원.

대구 도심에 자리 잡은 공원들은 이름부터 묵직하다. 그만큼 조선시대 이후 대구가 우리 역사의 고비마다 보여준 역할이 컸다.

하지만 대구의 자랑스러움, 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느끼기 위해 이 공원들을 돌아보는 일은 말리고 싶은 심정이다. 혹여 외지인들이 대구 안내를 부탁한다면 차라리 외곽지를 소개하는 게 나을 듯하다. 이름만 있을 뿐 그에 걸맞은 역사와 테마는 없기 때문이다.

도시민들에게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도심공원 본연의 목적을 말하기에도 어딘가 부족하다. 주변의 시설 구성이나 문화적·상업적 특성, 통행 인구 등 상황에 맞게 기능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라면 평가는 더 떨어진다. 인간의 삶과 동떨어진 채, 단순히 도심에 옮겨온 자연은 원래의 자리에 있을 때보다 더 부자연스럽다. 도심재창조 과정에서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삶과 문화를 일구어나가는 데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재정립하는 일이 절실하다.

◆2·28기념중앙공원

공원에는 분수와 퍼걸러에 수목과 화초, 잔디만 심어져 있다. 2·28기념시비가 이면도로 쪽에 덩그러니 서 있는 것 외에는 어째서 이 공원이 2·28민주의거를 기념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1961년 기념탑이 처음 세워져 2·28의거의 상징이 됐던 명덕네거리나 1990년 기념탑이 옮겨간 두류공원을 두고 굳이 도심공원에 이름을 붙였다면 그에 맞는 프로그램도 따라야 하는데 2003년 조성된 이후 이렇다 할 내용을 찾기 힘들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과 함께 대구 시민정신의 양대 축으로 빛날 것이란 명명 취지가 무색하다.

더 큰 문제는 수목과 물로 구성된 녹색자연으로 조성돼 도시의 일상적 활동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상업활동이 활발한 주변의 특성이나 젊은층 중심의 통행, 대중교통 이용자와 보행인구 밀집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함으로써 소수를 위한 휴식공간으로 기능이 축소되고 말았다는 비판이 적잖다. 경북대 건축학부 이정호 교수는 "2·28기념공원은 공원보다 기념광장 형태로 만들어 동성로 공공디자인개선사업,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사업으로 몰려든 시민들을 한곳에 모으고 다양한 이벤트를 여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신문사가 최근 대구시민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2·28기념중앙공원에 서울광장과 같은 광장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는데 찬성한다는 의견이 75.4%나 됐다. 특히 일대를 많이 지나는 20대 이하 연령층에서는 82.6%가 광장 기능 부여에 찬성했다. 광장이 부족한 대구 도심에서는 녹지공간이나 휴식공간으로서의 공원보다 개방감을 느끼게 해 주는 광장형 공원이 선호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대구시 관계자는 "국채보상로 쪽의 수목과 화단을 철거해 광장을 만들고 야외 공연장과 전시공간으로 활용한다면 대구 도심의 명소가 될 수 있다"며 "공연과 전시를 시민들의 동아리나 단체에 맡긴다면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눈에 띄는 대로라면 종각공원이란 이름이 낫지 않을까 싶다. 공원 내에서 달구벌대종이 가장 잘 보이기 때문이다. 국채보상운동을 기념하는 흔적이라곤 한쪽에 세워진 여성기념비와 독립지사 김광제, 서상돈 흉상이 고작이다. 그나마 여러 개의 시비와 명언비 등에 섞여 눈길을 끌지 못한다. 대구시와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는 공원 내에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달 중 설계가 끝나 내년 초까지 완공할 계획인데 국비와 시비 각 20억원은 확보했지만 시민들의 성금을 27억원이나 모아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대구시는 이 공원의 또 다른 테마로 교육문화공원을 검토하고 있다. 공원 한가운데에 있는 중앙도서관을 리모델링해 전시·문화공간을 확보하고 기존 야외공연장에 공연이나 행사를 적극 유치하면 어렵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발상이다. 중앙도서관은 지어진지 25년이 넘어 시설이 노후한데다 규모가 작아 서적보관창고가 오래 전에 포화상태에 이르는 등 신축 이전의 필요성이 더 크게 제기되고 있다. 도서관 측은 지난해에만 전산실 등 2개 공간을 줄여 보관고로 전환하고 서적 3만여권을 폐기하고 2만여권을 몽골 등지로 보내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형편은 좀체 나아지지 않는 실정이다.

도서관의 특성상 공연, 이벤트 등과 맞지 않다는 점도 문제. 김홍만 중앙도서관장은 "공원 속 도서관이라면 얼핏 봐서 분위기가 좋겠다고 여기겠지만 밤낮 없는 공연과 집회 소음 때문에 이용자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사실은 간과한 것"이라며 "인구 250만 대구의 대표 도서관으로서 면모에 걸맞게 더 큰 규모의 공간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경상감영공원

노인들이 주 이용층이라서 언제 가 봐도 비슷한 모습이다. 벤치 곳곳에서 담소하거나, 둥글게 모여 바둑과 장기를 두고, 햇볕 좋고 바람 선선한 시간엔 낮잠을 즐기는 노인들이 빽빽해 다른 연령층은 선뜻 발을 들이기가 어렵다. 오랜 시간을 그렇게 방치하다 보니 지나는 길에 선화당과 징청각만 덩그러니 보일 뿐 감영 400년의 역사는 먼지에 덮였다. 강수량을 재던 측우대 기념비, 절도사 이하는 말에서 내려야 하는 하마비는 아무도 설명하는 이 없고, 28기나 되는 관찰사와 판관들의 선정비는 을씨년스런 풍경만 연출한다.

대구시가 이제라도 경상감영공원을 관광자원으로 조성하는 데 관심을 쏟고 있어 그나마 다행스럽다. 조만간 시작될 3대 문화권 문화·생태 관광기반 조성사업 대구권 구상의 핵심 소재로 포함시켰다. 선화당과 징청각을 원래대로 복원해 전시관으로 활용하고 공원을 확장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에 앞서 대구시는 도심재생의 전략사업을 마련하면서 역사테마공원으로 만드는 방안을 넣었다.

대구시가 경상감영공원을 이름에 걸맞게 바꿀 생각이라면 전체 틀에서부터 세부적인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보다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대구시는 병무청이 달서구에 들어설 정부합동청사로 이전하면 그 자리에 달성공원의 관풍루를 옮겨오고 그 옆 대구전화국 건물에 전통문화교육관을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왕에 확장을 계획한다면 더 큰 그림을 그리라는 지적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구YMCA 김경민 사무총장대행은 "상당한 예산이 필요하겠지만 경상감영 전체를 복원하는 일도 불가능하지 않다"며 "어디에 내놓아도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는 관광자원을 만들려면 외형이나 규모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체험이나 관광코스로 대구시가 준비하고 있는 콘텐츠에도 잘 짜인 스토리라인과 풍부한 상상력을 가미해야 한다. 단순히 관찰사 집무 상황을 인형으로 복원하고 관찰사의 처소와 생활공간을 재연하는 정도로는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일 수 없다. 근대박물관이나 시대변천사 콘텐츠를 통해 조선시대와 근세를 연결시키려는 시도 역시 구성이 허술하면 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특별취재팀 김재경·서상현기자 사진·이채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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