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할인점이나 백화점에 상권을 완전히 빼앗겨버린 재래시장. 그 시장에 예술을 입혀 재래시장을 살려보자는 작업이 추진중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 대상은 신천과 인접하고 도심에 비교적 가까운 중구의 방천시장. 이곳을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키려는 예술가들의 계획이 한창이다. 이른바 '방천시장 프로젝트'다.
'방천시장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시장을 경제적 관점으로만 보지않고 문화적 관점에서 보자는 발상의 전환이다. 예술가들이 시장 곳곳의 빈 점포를 임대해 한시적이나마 시장을 문화공간으로 바꾸고, 사람들을 모아보자는 시장 활성화의 야심찬 계획이다.
방천시장 프로젝트는 일단 7개의 빈 점포를 빌려 시작한다. 빈 점포에 작가들이 입주해 작가의 의도대로 점포를 운영한다. 점포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 수 있고 점포를 작업실로 꾸밀 수도 있고 아예 점포에서 작품을 팔 수도 있다. 작가 각자의 개성과 생각에 따라 점포는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변한다. 또 한 점포에 작가 한 명이 입점할 수도 있고 그룹으로 입주 할 수도 있다.
본격적인 작업을 위해 2월에 한 개의 점포를 빌려 입주한다. 여기서 참여작가들이 모여 의견을 교환하고 워크숍을 통해 프로젝트의 전체 윤곽이 그려지면 3월부터 작가들의 입주가 시작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중구청은 지금 입주작가를 물색하고 있다.
방천시장 프로젝트 예술감독을 맡은 미술평론가 장미진씨는 "시장은 우리의 재래문화 서민문화 지역문화가 살아있는 공간이다. 재래시장의 위기는 결국 우리의 재래문화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방천시장 프로젝트는 매우 흥미롭고 그 의미도 크다"고 말한다.
장씨는 매주 문화공연을 펼쳐 평면적인 문화공간이 아니라 입체적인 공간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힌다. 또 '삼덕동 마을만들기' 팀과 연계해 신천까지 문화공간을 확장할 계획도 갖고 있다. 자전거를 타면서 방천시장 주변을 돌아보는 것도 구상중이다.
한편 대구현대미술가협회도 방천시장에 '녹색 상가만들기 사업'을 위해 대구시에 지원금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이들도 방천시장에 8~10개의 빈 점포를 얻어 6개월 정도 30~40명의 작가가 생활하면서 일반인과 소통하고 시장에 문화를 입히는 작업을 할 생각이다.
이태현 회장은 "도시개발이 아닌 도시재생의 의미로 낙후되어 있는 시장을 살려 문화공간으로 재오픈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고 밝힌다.
현재 문화로 재래시장을 살리자는 프로젝트가 성공한 경우는 '안양의 석수시장 프로젝트'와 광주의 '대인시장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안양의 석수시장 프로젝트는 2002년 박찬응씨가 시장안에 20평 남짓 '보충대리공간 스톤 앤 워터(stone&water)'라는 미술관을 만들면서 시장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에는 'open the door'를 주제로 빈 점포를 예술가들이 임대해 문화공간으로 재오픈했다. 동네에 독립영화와 비디오 아트를 감상하는 동네극장이 들어서고 밴드 공연과 시낭송이 이루어지는 다방도 문을 열었다. 광주의 대인시장 프로젝트 역시 대인시장이 광주비엔날레에 작품전시공간으로 참여했을만큼 활발하다. 4천만원의 예산으로 시작해 지난해 광주시로부터 14억원를 지원받았다.
김순재기자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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