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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기의 필름통] 설연휴 극장가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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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극장 관계자들을 만나면 옛날 설 연휴 풍경을 곧잘 이야기한다.

'셀 틈이 없어 돈을 박스에 담아갔다' '동전은 자루에 넣어 쌓아두었다' 등 극장의 일화도 많다. 몽둥이를 들고 입장하려는 사람들을 두들겨 패며 막기도 했다. "극장 무너질까봐 어쩔 수 없었다"고 했지만,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이 돈 내고 영화를 보면서도 이런 구박을 당했구나 싶어 가슴이 아린다.

그래도 흑백TV조차 구경하기 어려웠던 그때는 명절날 영화 한 편 보는 것이 최대의 낙이었다. 차례를 지낸 후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과 영화를 보러가는 것이 유일한 문화생활이었다.

스크린수가 적고, 또 1개관에서 1편만 상영했기에 인기작의 경우 장사진을 쳤다. 명절마다 찾아오는 성룡 영화를 주로 상영했던 한일극장의 경우 매표구에서 대구백화점까지 추워도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입석이라도 있으면 다행이었다. 여윳돈이 있으면 몇 배를 주고 암표를 사기도 했지만, 대부분 그럴 형편이 되지 못했다. 슬쩍 옆에 와서 "표 있어요"라는 아저씨들의 말이 왜 그리 무서웠던지. 극장 안은 정말 복잡했다. 몸 돌릴 틈도 없이 시루의 콩나물처럼 빼곡하게 서서 영화를 보곤 했다.

이렇게 복잡하다 보니 소매치기도 많았다. 주머니 속에 손이 들락거려도 워낙 비좁아 잡아내기도 어려웠다. 그런데도 희한하게 주전부리를 파는 사람은 "껌이나 땅콩!"을 외치며 잘도 다녔다. 옆 사람이 속삭여도 "시끄럽다!"고 하는 요즘으로 보면 전근대적이기 짝이 없는 극장 풍경이다.

10여 년 사이 연휴 극장가 풍속도도 많이 바뀌었다. 모두 거대복합관인 멀티플렉스로 바뀌었고, 표를 사기 위해 줄서는 모습도 볼 수가 없다. 인터넷으로 예매를 하기도 하고, 같은 영화가 여러 극장에서 상영되기 때문에 극장에만 가면 금방 표를 살 수가 있게 됐다.

단관 시절을 겪은 중년층이 가장 낯설어하는 요즘 극장 안 풍경이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시설이다. 복잡한 극장 안 내부 구조도 어색하다.

예전에야 극장 안에 들어가면 하루 종일 있어도 누가 제지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한 회에 한번만 관람 가능하고, 영화 상영 도중에 출입을 못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10대, 20대의 젊은층은 한 극장 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고, 현금 없이 할인카드와 마일리지 카드 등으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멀티플렉스형 극장을 선호하고 있다.

극장의 낭만이 없고 각박해졌다는 이들은 옛 설날 극장가를 추억 속의 풍경으로 묻어둘 수밖에 없게 됐다. 연휴가 되어도 극장에는 10대와 20대 관객이 대부분이다. 그 많던 암표상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 많던 아저씨와 아주머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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