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선생님이 가르쳐주신 금언

나는 가끔 하늘을 쳐다본다. 뜬구름에 마음을 두고 흘러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잔잔해 진다.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 전전긍긍하는 오늘날, 우리를 더 아프게 하는 것은 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없다는 것이다. 슬픔이 가슴을 꽉 채워 터질 지경이어도 그 마음 털어놓을 곳을 찾지 못하는 것이 오늘의 인간사인 듯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자신을 지탱해 주는 돌파구는 무엇인가.

내가 하늘을 올려다보는 습관이 생긴 것은 고등학교 시절부터였다. 10월쯤이었으리라 기억된다. 오후였다. 세계사 수업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선생님께서 문득 한마디 하셨다. "너희들 죽고 싶을 때가 있었나. 마음이 괴롭고 힘들 때 하늘을 쳐다 봐. 그리고 하늘에 떠도는 구름을 따라 가보렴. 그러다 보면 마음이 편해질 거야." 그때 그 선생님이 무슨 생각으로 우리에게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가 몹시 힘들어 보인 건지, 아니면 우리들이 모르는 학교 내에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건지 나는 모른다. 다만 그 선생님이 생활 주임이었으므로 '어떤 상황이 있었을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하늘을 보렴." 하시던 그 말씀이 평생토록 내 마음을 다스리는 금언이 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나는 우연히도 수십 년의 세월 동안 교직 생활을 하게 되었다. 학생들과의 하루하루는 신경전의 연속이다. 지치고, 힘들고, 때로는 울고 싶도록 가슴 아픈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도 견뎌내야 한다면 나도 모르게 하늘을 쳐다본다. 어려울 때마다 들려오는 "하늘을 보렴."이라는 그 울림이 무슨 주문처럼 마음을 스쳐갔다. 그러면 하늘을 보게 되었고 어딘지 모르고 떠다니는 구름을 따라간다. 그리고 긴 호흡으로 스스로 진정시키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하늘의 구름을 쫓아가는 버릇이 없었다면 힘든 세월의 강물을 건너오기가 더욱 힘들었을 것 같다. 오늘은 하늘을 쳐다보면서 그 선생님을 생각한다. "선생님, 환갑을 지난 제자가 힘든 세월을 살면서 하늘을 보면서 마음을 다스렸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하늘을 본다. 인생은 뜬구름이라 했던가. 이정기(대구 달서구 상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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