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주력산업이었던 안경테, 섬유에서 가격 품질 등에 불만을 느껴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로 떠났던 해외 바이어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대구국제광학전(DIOPS)과 대구국제섬유박람회(PID) 등 지역에서 유치한 국제 전시회의 결실이 나타나는데다 기업들의 품질개선 노력으로 지역 제품의 매력이 성가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 특히 '역 샌드위치론' 속에서 엔화와 위안화가 동시에 절상되면서 한국 제품이 기술력에선 일본 등 선진국 제품 못지 않고, 중국 등 후발국 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인식이 확산되자 바이어들이 잇따라 한국으로 눈을 돌리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안경테 및 선글라스 수출은 13년 만에 전년보다 3.9%가 늘었다. 이탈리아 벨루노, 일본 후쿠이, 중국 원쪼우 등과 함께 세계 4대 안경산지인 대구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안경테와 선글라스 수출은 1995년 2억5천만 달러를 정점으로 계속 줄어들다 역전되고 있는 것. 대구가 전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7.4%이니만큼 대구 안경테 산업이 일궈낸 성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지난해 12월 대구 수출은 평균 20.0% 감소했는데 비해 안경테만은 오히려 4.0%가 증가했다.
한국광학공업협동조합 곽순호 이사장(삼원산업사 대표이사)은 "중국 위안화의 평가 절상과 신노동정책 등의 영향으로 중국 안경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선진국 바이어들이 우리나라를 찾고 있다. 아직 미미하긴 하지만 앞으로 이들 선진국의 내수가 증가하면 한국산 제품을 찾는 바이어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선의 박남준 해외영업부장은 "13년 만에 상승세를 보였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의 바이어들이 중국제에 대한 불신 때문에 우리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 다만 선진국들이 내수 침체로 모처럼 맞은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섬유도 지난해 세계 각국의 내수 침체에도 불구하고 당초 전망치 138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출을 기록했다. 대구지역은 11억1천800만달러, 경북은 16억3천700만달러였다.
이 역시 미국 및 중동 바이어들이 중국의 위안화 상승 등의 요인으로 가격 및 품질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중국산 대신 한국 제품으로 구매선을 전환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이 큰 요인이 됐다.
서광무역 채원기 이사는 "미국 바이어들이 그동안 중국 제품 주문을 많이 했으나 최근 품질이 나은 한국제품으로 바꾸고 있다"면서 "미국 등 선진국들의 내수시장이 더욱 활성화되면 이 현상이 더욱 뚜렷해 질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섬유 수출 업체 간부는 "선진국 내수 부진으로 수출물량은 줄었지만 원/달러 상승으로 수익성은 오히려 좋아졌다"면서 "중국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에 실망하는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으로 구매선을 전환하는 움직임이 많아 이를 유치하려고 공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 산업계에서는 모처럼 맞은 이 같은 기회를 잘 활용하자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한국섬유마케팅센터 김흥기 본부장은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과 신노동정책 등의 영향으로 제품의 가격 및 품질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3월부터 본격적인 시즌으로 접어들면서 중국에서 우리나라 제품 구매 의향이 늘어나고 있다. 소량, 차별화된 제품에 수출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 김한기 기획부장은 "현재의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미국시장 등 선진국 시장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공략을 통해 수출을 확대하고, 중국 시장에서는 고가품목 위주로 수출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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