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MB정부 1년' 대구경북 출신, 공기업 진출 활발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간 대구경북 출신들은 소외받았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청와대와 내각에 포진한 지역 출신은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정부 산하 기관과 관련 민간단체 곳곳에는 지역 출신들이 속속 자리를 잡고 있다.

김광원 마사회장과 안택수 신용보증기금이사장을 필두로 한 정치인 출신들의 공기업 진출은 소수에 그친 반면 공직 출신 인사들의 진출은 활발하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 산하기관 등에 지난 정권의 그림자가 많이 남아 있다.

지역 인사들의 금융 관련 기관 진출이 가장 두드러진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과 안 신보이사장, 황영기 KB금융지주회장, 이종휘 우리은행장 등이 주요 포스트에 자리 잡았다. 특히 금융감독을 책임지고 있는 금감원장과 신보 이사장이 예천 출신의 동향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금감원에는 원장 외에도 이장영 금감원 부원장과 강영구, 김동원 부원장보 등 지역 인사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이들 외에 금감원 출신의 임주재 주택금융공사 사장과 이수화 증권예탁결제원 사장 등이 있고 증권선물거래소의 서열 2위 자리인 경영지원본부장은 이창호 전 통계청장이 맡고 있다.

방송통신 분야에서는 경남 거창이 고향이지만 경북고를 나온 이병순 한국방송공사 사장이 공영방송의 위상 재정립에 나서고 있고, 김영삼 정부 시절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이석채 KT 사장은 KTF와의 합병을 진두 지휘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 산하 기관에도 지역 인사들이 다수 포진하기 시작했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LG전자 부활의 신화를 창조한 김쌍수 전 LG전자 부회장이 임명됐다. 공룡 기업으로까지 불리는 한전이 김 사장 취임 이후 어떤 모습으로 혁신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남동발전과 남부발전, 동서발전 등 한전의 3개 발전 자회사도 지역 출신인 장도수, 남호기, 이길구 사장이 장악하고 있다.

지경부 산하인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에 박봉규 전 대구시 정무부시장이 자리를 잡았고,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에 대통령직인수위 기후변화에너지 TF에 참여한 김신종 전 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실장이 임명됐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3선 의원 출신의 임인배 전 의원이 사장으로 임명됐고 전자통신연구원과 지질자원연구원, 기계연구원, 전기전자시험연구원 등 주요 연구기관장도 지역 인사로 채워져 눈길을 끌었다.

국토부 산하의 최대 기업인 주택공사 사장에는 최재덕 전 건설교통부 차관이 안착, 토지공사와의 통합 문제에 매달리고 있다. 최 전 차관은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도 나섰고 대통령직인수위에 참여하면서 한때 정치권에 진출할 생각을 갖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삼성물산 해외사업본부장과 GE코리아 사장을 지낸 기업인 이채욱 사장이 임명됐다.

이 밖에 정장식 전 포항시장이 중앙공무원 교육원장을 맡고 있고 김진만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 최계호 지역진흥재단 이사장 등 행정안전부 산하 기관에도 몇몇 지역 인사들이 포진했다.

농림수산식품부 산하에는 3선 의원 출신인 김광원 전 의원이 지난해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고, 농협중앙회도 경주 출신의 최원병 중앙회장 아래 서인석 조합감사위원장이 버티고 있다.

정부 산하 기관과 관련 단체에 진출한 지역 인사들은 야당 등 일각에서 TK 편중 인사라는 지적을 한 데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년간 인사 불이익을 받아온 점을 도외시하고 뒤늦게 균형을 잡기 위한 시도를 하려는 것에 대해 '특정 지역 편중'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한편 지역에서 성장한 지역인재의 발탁은 눈에 띄지 않고 있어 아쉽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역 출신 인사가 정부 산하 기관이나 유관 단체로 진출한 사례는 한국언론재단의 김문오 재단이사와 경북도의원을 지낸 포항 출신의 이원만 농어촌유통공사 부사장뿐이다. 그만큼 아직까지는 지방 인재의 발탁에는 이 정부가 인색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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