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4월 재보선으로 인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나라당이 박희태 대표의 출마 여부로 장고에 돌입했다면 민주당은 정동영 전 장관의 출마 문제로 내분 위기에 빠졌다.
○…한나라당이 박 대표와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 등 중진 인사들을 4월 재보선에 투입하려는 것은 향후 정국 구도와 맞물려 있다. 여권은 4월 선거는 결코 이명박 정권의 중간평가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참패했을 경우에는 중간평가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선거여서 거물급을 투입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박 대표와 김 특보가 자칫 낙선했을 경우의 정치적 부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표가 낙선한다면 곧바로 여권의 권력 구도에 혼선이 야기될 수 있다. 후임 대표 선출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가 개최될 경우 친이와 친박 간의 대결 구도가 재연되면 친이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명박 정권에서 친박계가 당을 이끌기도 힘든 노릇이라 한나라당이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당 안팎에서는 "박 대표가 왜 이번 선거에 출마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친이와 친박 대결 구도로 비쳐지고 있는 경주 재선거 구도도 인물 대결로 전환시키는 것이 한나라당의 과제로 대두됐다. 한나라당은 이번 재선거가 계파 간 대결 구도보다 당이 화합하는 구도로 전환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인식 아래 친이, 친박 후보 단일화를 위한 중진급의 물밑 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결과가 주목된다.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출마가 현실로 다가오자 민주당은 지난 주말 내내 찬반으로 당론이 엇갈리면서 내홍에 돌입했다. 반대가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친정동영계 인사 10여명은 출마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섰다. 지지의 근거는 '인물 부재론'이었다. 거대 여당을 견제해야 할 '대안 야당'의 '스타 플레이어'가 없다는 것이다. 최규식 의원은 "민주당 자산이 되는 인물은 원내로 들어와 역량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의 출마에 반대하는 주류 측은 '이명박 중간평가 및 정권심판'이라는 4·29 재보선의 의미가 퇴색된다고 지적했다. 대선 참패의 주역이 '고향 복귀'의 쉬운 길을 택해 구태 정치를 펼친다는 주장의 내면에는 이제 '정동영은 필요없다'란 속마음도 한 자락 깔려있다. 김부겸, 김동철 의원 등이 '반대 성명'을 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서 정 전 장관의 공천 문제로 민주당은 한바탕 또 홍역을 치를 수밖에 없게 됐다. 정 전 장관이 탈당해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 전 장관은 16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선 패배의 부채감, 죄스러움으로 출마를 결심했다"며 "당이 아무 반응이 없다면 오히려 밋밋하다"고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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