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평화의 상징서 유해야생동물로…닭둘기, 봄날은 갔다

송모(33·여)씨는 공원에서 비둘기가 모인 곳으로 어린 딸이 뛰어갈 때마다 질겁을 한다. 쥐가 기생충을 옮기는 숙주(宿主)였지만 지금은 비둘기가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 훈장을 빼앗기고 '유해동물' 꼬리표를 달았다. 환경부는 집비둘기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하는 '야생 동식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23일 입법예고했다. 이르면 5월 말부터 비둘기가 피해를 끼친다고 판단될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 포획할 수 있게 됐다.

◆비둘기가 유해동물(?)

도심 비둘기가 유해동물이 된 것은 지난해 법제처가 '집비둘기는 야생동물'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때문이다. 그동안 비둘기는 가축으로 분류돼 별도의 관리 방안이 없었다.

비둘기의 신분이 유해동물 판정까지 받게 된 것은 그간 개체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인간·건축물에 큰 피해를 주는 것으로 조사된 때문이다.

특히 비둘기 배설물은 강한 산화력이 있어 철근이나 콘크리트의 부식을 초래한다. 문화재 등 목조물에 배설물이 떨어질 경우 기생충 번식을 유발해 훼손을 가속화시키는 주범으로 꼽혔다. 더욱이 비둘기 몸에는 진드기 같은 기생충이 많아 노약자들이 접촉하게 되면 감염 우려까지 있다. 대구시 최종환 자연환경담당은 "비둘기로부터 피해를 입은 시민이 구청에 포획허가신청을 하면 구청이 적정성 여부를 판단해 시기와 장소, 개체수 등 포획허가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평화 상징에서 추방되는 신세로

한때 '평화의 상징'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비둘기가 천덕꾸러기가 되기까지는 2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도심 공원을 가득 채우고 있는 비둘기들은 1960~1970년대 각종 대형 행사 때마다 축포와 함께 '평화' 기원의 상징으로 하늘에 날리는 용도로 국내에 수입됐다. 이어 1980년대 들어 아시아게임, 올림픽 등 국제행사에 대비해 농가들이 본격적으로 사육하면서 개체수가 급증했다. 공원으로 날아든 비둘기들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사람이 던져주는 과자 부스러기를 쪼아먹고, 기념 사진의 배경이 될 정도로 친숙한 조류였다.

하지만 그 수가 전국적으로 100만여마리로 추산될 정도로 늘어나고 집단서식하면서 아무 데나 깃털과 배설물을 남기면서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문화재보호를 위해 지자체들은 비둘기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그물망을 치기도 했으나 쫓아내기도 어려웠다.

한편 지난 한해 동안 멧돼지, 고라니, 까치 등 817마리의 유해동물이 포획됐는데 이중 전신주에 집을 지어 합선 등의 피해를 준 까치가 685마리로 전체의 84%를 차지했다. 고라니(79마리)와 멧돼지(53마리)가 뒤를 이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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