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개막하는 청도 소싸움축제장에는 매년 새마을 사진 전시관이 설치된다. 이 전시관에는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불길처럼 번지던 당시 현장사진과 일제강압기 청도군 풍물, 면사무소 전경 등 귀중한 기록사진 50여점이 전시된다. 이처럼 관람객을 아득한 과거로 안내하는 기록사진은 한 공무원의 남다른 관심이 기록물들이 순식간에 사라질 위기에서 살려냈다는 중론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내년 정년퇴임을 앞둔 청도군 박상훈(59) 재무과장. 그가 기억하는 기록물들의 폐기 위기는 지난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차고 넘치던 창고를 정리하던 한 담당자가 무심코 기록 필름을 버리는 것을 보고 이럴 수가 있나 싶었지요. 그 기록물 중에는 한때 내가 맡아보던 업무 때의 사진들도 있었어요."
그는 기록물을 곧바로 챙겨 집에서 정리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당시에 건진 슬라이드 필름은 400여장. 거기에는 새마을운동의 생생한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1970년대 각 마을 사업현장 사진과 1930년대 면사무소 모습, 지역의 풍물, 소 사진 등 귀중한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그를 깜짝 놀라게 했다고 한다.
"당시 사진들 한 장 한 장에는 군민들이 너나없이 새마을 사업에 참여해 나라 발전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아우성이 그대로 들리는 듯 하지요."
그는 이런 사진의 고증과 사비로 대형 사진, 액자 제작을 거쳐 1997년 청도 소싸움축제 때 첫선을 보였다. 그런데 관람객들의 호응이 너무 좋아 그때부터 축제 때마다 새마을 사진전을 열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의 기록물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사진 촬영과 책자발간 등으로 옮겨갔다. 그가 면장을 역임한 금천, 이서, 각남의 각 마을 중에는 기록이 될 만한 사진 1천여점과 청도읍 등 과거와 변화된 모습을 담아놓은 기록사진 500여점도 보유하고 있다.
금천면장 당시인 2001년에는 사진과 자료 등을 담은 '금천면의 변천사'를 발간, 큰 보람을 얻었다며 요즘 각남면의 자료수집과 기록들을 모은 '각남면 이야기' 와 '청도읍 변천사' 책자를 발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한다. 그는 앞으로 이 기록 보존물들을 어떻게 전수해 보존할까 하는 고민도 많다고 한다.
"예전에는 귀한 자료들이 알게 모르게 버려진 건 아닌지 모릅니다. 이런 각종 자료와 기록물들이 구미 새마을 전시관 전시와 지역 축제 등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어요. 후배들이 군청 내 기록물에 대한 애착과 관심을 지금보다 더 많이 가져주었으면 하는 소망도 갖고 있습니다."
그는 기록역사에 대한 애착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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