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돌고 돌아 고향집 앞에선 '풍류 나그네'

어머니의 텃밭/구활 지음/좋은수필사 펴냄

수필가 구활씨가 8번째 수필집 '어머니의 텃밭'을 냈다. 수필가 구활의 사이버 닉네임은 '팔할이 바람'이다. 서정주의 초기 시 '자화상'의 한 구절을 따온 것이지만, 실제로 구활은 '바람' 든 사람이다. 그에게 '바람'은 '풍류'의 다른 표현이다. 풍류는 '점잔'과 '난봉'의 길목에 존재하며 성스럽지도 속되지도, 아름답지도 추하지도 않은 상태를 말한다. 이는 구활의 인생관이자 구활 수필의 지향점이다.

'팔할이 바람'인 구활, 떠돌던 구활이 '어머니의 텃밭'이라는 제목의 수필선집을 냈다.

'고향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먼 곳에 있다 해도 계절마다 미각으로나마 그리운 그곳을 느낄 수 있다면 이 도시에서 늙어도 좋으리라. 그러나 도시의 어느 것 하나도 고향의 그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 없으니 더 이상 서성대지 말고 돌아가야 하리라. 모든 사람들이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라 해도 나는 돌아가리라. 반드시 돌아가고야 말리라.'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중에서.

먼 곳으로 떠돌던 구활은 이제 고향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이것은 구활이 고향을 그리워할 만큼 나이를 먹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의 떠남은 애초에 그리움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고향집을 나설 때부터 그는 돌아오기로 약속돼 있던 사람이었다. 그는 언젠가 이런 수필을 썼다.

'답사를 시작한 건 외로움 때문이었다.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철저히 외로워지는 방법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혼자서 떠났다가 홀로 돌아왔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오고, 가진 것 없는 빈 마음들도 저물 무렵이면 주막 어귀로 모여든다.' -고향집 앞에서- 중에서.

자신이 바람처럼 떠돌았던 이유를 외로움 때문이라고 털어놓은 것이다. 구활은 그렇게 먼 길을 돌고 돌아 고향집 앞에 섰다.

언제나 유머가 넘치는 사람, 바람처럼 떠도는 사람…. 그래서 그에게는 '고향'이 없는 줄 알았다. 돌아가야 할 고향이 없기에 어디든 갈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의 발걸음이 워낙 홀가분했기에 그에게도 고향이 있는 줄 몰랐던 것이다. 192쪽, 7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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