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 들여다 보기]시사프로그램 수난시대

당분간 MBC에서 시사프로그램을 보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검찰이 PD수첩 이춘근 PD를 전격 체포하고 제작진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문화방송 시사교양국 PD들이 제작거부에 들어가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것은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PD수첩 '광우병'편. 검찰 수사팀은 광우병의 위험성을 보도하는 과정에 의도적인 왜곡과 편집이 있었다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검찰은 명예훼손과 업무 방해혐의로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전 농업통상정책관이 "왜곡보도로 공직자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PD수첩을 고소했다.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는 걸 몰랐거나 아니면 알고서도 쇠고기 수입협상을 진행했다"는 멘트가 직접적인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본 것.

그리고 업무방해 혐의는 수입업체 에이미트가 진정한 것으로, PD수첩의 보도가 수입업체의 영업에 지장을 줬다는 내용이다. 수입업체 쪽은 "PD수첩 보도가 나간 뒤 가맹점이 10개 이상 취소됐다"며 업무방해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제작진은 일부 사실의 잘못이 있었지만 왜곡 보도는 아니었으며, 또 정부정책을 비판한 것은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한국PD연합회는 언론자유사수를 위한 전국의 PD 서명운동을 벌이고, 이어 전국PD총회를 열기로 했다. 이 밖에도 세계최대 언론인 연대단체인 국제기자연맹, 전국언론노조 등도 잇따라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사실 각 방송사에서 시사교양프로그램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런 양상이 이번 PD수첩사태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방송가의 가을 개편으로 오랜 역사를 지닌 시사'교양프로그램이 잇따라 축소 및 폐지되는 운명을 맞았다.

지난해 말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이 1천회를 17회 앞둔 가운데 끝났고, 10년 10개월간 방송된 MBC '생방송 화제집중'도 끝을 맺었다. KBS '미디어포커스'도 막을 내렸다.

시사교양프로그램의 수난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방송법 개정안 등 미디어법을 다룬 MBC 뉴스 프로그램과 시사 프로그램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달 무더기 중징계를 내렸다. 방송통신심의원회는 MBC 시사 프로그램인 '뉴스후'에 대해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중 가장 수위가 높은 '시청자에 대한 사과' 조치를, '뉴스데스크'에 대해 '경고', 그리고 또 다른 시사 프로그램인 '시사매거진 2580'에 대해 '권고' 조치를 내렸다.

방통심의위의 이번 중징계는 정부기관이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비판적인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언론 탄압을 가한 조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미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언론자유 및 심의 평가기준의 적용이 올바른가에 대한 논란과 함께 방통심의위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MBC 뉴스데스크 신경민'박혜진 앵커에 대한 중징계 반대를 내세운 서명운동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진행되고 있다.

YTN 사장에 대한 낙하산 인사에 반대해온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언론관련 정책이 '5공 시절로 돌아간 것이 아니냐'는 푸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요즘이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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