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태양을 받고 바람을 맞으며 별과 달의 기운을 머금고 충실히 자란 커피나무 가지에 맺힌 붉은 색 체리는 농부의 손을 거쳐 수확되고, 로스팅과 추출 등의 과정을 거쳐 한잔의 커피가 탄생한다.
원두커피는 로스팅이라는 창조적인 과정을 거쳐 여러가지 풍부한 맛을 조화롭게 조합한 결과로 나타나는 결정체인 것이다. 신은 생두를 창조하였지만 커피로스터는 원두를 창조하였다고 한다. 창조에 창조 과정을 거쳐 탄생한 역작인 원두커피는 원래의 생두 맛과는 전혀 다른 맛을 내며, 사람들을 유혹하고 중독시키고 있는 것이다.
생두가 지닌 성분과 원두커피가 가지고 있는 성분은 로스팅 과정을 거치면서 원래의 성분과 향이 아닌 매력적인 향으로 다시 세상에 태어난다.
신은 태양을 이용, 싱그러운 생두를 창조하였지만 인간은 불과 기계를 이용해 향기로운 원두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일반 사람들 사이에서는 로스팅을 잘 하는 사람은 신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라는 등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로스팅은 원시인이 불을 사용하는 정도의 기술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다. 원두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불이나 열을 잘 사용하는 기술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술 없이 불이나 열만 켜고 다룰 줄 알아서만은 커피를 잘 볶을 수는 없다.
우리는 원시시대에 살지 않아 원시인보다 불 사용법을 모르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져볼 때도 있다. 하지만 요즘에도 수망으로 커피를 로스팅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아직도 불 사용법은 원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수망을 이용, 커피 볶는 것은 교육 수단으로는 사용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커피를 볶아서 갈아 추출하는 과정을 거쳐 마시거나 다량으로 볶아서 판매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커피 맛과 건강성은 바로 로스팅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커피는 제대로 로스팅돼야 좋은 향과 맛을 내게 된다는 사실은 로스팅의 중요성을 한번 더 깨우치게 한다.
재대로 된 커피는 어떨까? 바로 향이 짙고 입안에 감칠 맛이 나는 커피를 두고 이른다. 사람들은 커피의 좋은 향에 이끌려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그런데 로스팅을 잘못하면 마실 때 부드럽고 향그러운 느낌은 없고 탄내와 쓰디쓴 맛만 남게 된다. 원래 신이 내린 커피는 이런 쓰기만 하고 짠내가 나는 맛과 향의 커피는 아니었다. 마실 때나 마시고 난 뒤의 여운이 상큼하고 깔끔한 게 특징이다. 그런데 인간이 재창조 하면서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특유의 맛이 실종된다. 창조가 좋은 방향으로 되지 않은 탓이다.
생두를 로스팅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원두를 창조하면 어떤 맛이 날까? 보다 풍부함이 물씬 피어나는 향과 봄나물의 쌉쓰레한 맛과 과일을 한입 베어 물때의 그런 신맛이 난다.
그래서 커피는 향으로 마시기도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 커피 로스터가 창조한 커피를 일컬어 "커피는 아로마가 풍부한 음식"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현석(에소커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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