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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아파트 주거환경개선 사업은 반쪽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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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서구 한 장기임대아파트에 사는 김모(60) 할머니는 요즘 근심이 하나 늘었다.

누렇게 탈색된 벽지와 너덜너덜한 장판을 대한주택공사가 무료로 교체해 준다고 했지만, 가재도구는 입주자가 직접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시각장애가 있는데다 양손 말초신경장애까지 있는 할머니는 도저히 짐을 옮길 능력이 없다. 할머니는 "예전에도 장롱과 냉장고 등 살림살이를 그냥 둔 채 눈에 보이는 부분만 도배를 한 적이 있다"고 푸념했다.

대한주택공사와 대구도시공사가 10년 이상 된 임대아파트 장기거주자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주거환경개선 사업이 겉돌고 있다. 공사의 도배와 장판 무료 교체 서비스 혜택을 받으려면 가재도구를 입주민이 직접 치워야 해 노인과 장애인 등 일부 입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노인과 장애인 등은 가재도구를 옮길 힘이 없어 돈을 주고 사람을 써야하지만 경제적 부담으로 포기하는 경우도 적잖다. 수성구 한 영구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장애인 A(56)씨는 "짐이 많은 데다 휠체어를 타야하기 때문에 짐을 옮기는 건 꿈도 못 꾼다"며 "돈도 없고 도움을 구할 곳도 없어 도배를 포기한 상태"라고 했다.

인근 복지관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복지관에서 자원봉사자를 구하기 쉽지 않아 자체 인력으로 지원을 하다 보니 도와주지 못하는 가구가 많다. 수성구 한 종합복지관 관계자는 "지난해 30여 가구가 인력지원을 요청했지만 7가구만 도와줬다"며 "자원봉사자 수급이 여의치 않아 도와주고 싶어도 도울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택공사와 대구도시공사는 임대주택법을 들어 가재도구 이동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표준 임대차 계약서에 따라 입주자가 적치물을 제거한 경우에만 벽지 및 장판 교체가 가능하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대구도시공사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법무부 보호관찰소를 통해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사람들을 일부 동원했으나 올해는 법무부와 협의를 해봐야 한다"며 "홀몸 어르신이나 장애인들의 고충을 외면할 수 없어 도울 방법을 찾고 있다"고 해명했다.

대한주택공사 대구·경북본부는 2007년부터 낡은 벽지와 바닥재 교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대구 달서구 월성3동 등 3천317가구에 26억2천만원을 들여 교체작업을 마쳤고 올 연말까지 동구 안심1동 등 1천976가구를 대상으로 교체작업을 할 예정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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