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으로 돌아가는 심경을 읊은 시로 가장 유명한 것이 陶淵明(도연명)의 '歸去來辭'(귀거래사)다. 마흔한 살 때 팽택현 지사란 미미한 벼슬을 버리고 고향인 시골로 돌아가면서 이 작품을 썼다. 다섯 말의 쌀밖에 안 되는 적은 봉급을 위해 향리의 소인에게 허리를 굽힐 수 없다며 시인이 사직했다는 기록도 있다.
도연명은 전원으로 돌아가는 것을 정신 해방으로 여겼다. "지금까지는 고귀한 정신을 육신의 노예로 만들어 버렸다/ 어찌 슬퍼하여 서러워만 할 것인가/ 이미 지난 일은 탓해야 소용 없음을 깨달았다/ 앞으로 바른 길을 좇는 것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골생활의 즐거움을 노래한 시인은 전원에서 자연의 섭리에 따라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시를 마무리한다.
도시를 떠나 시골로 돌아가는 '현대판 도연명'이 부쩍 늘었다. 2002년 769가구였던 귀농가구가 지난해엔 2천218가구나 됐다. 귀농가구 수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하는 경북 역시 2002년 218가구에서 작년엔 485가구로 급증했다. 귀농인 가운데 30, 40대가 절반 가까이 되는 것도 시선을 끈다. 농촌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젊은이들이 많아진 게 그 이유다. 귀농은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경제 위기로 중국과 인도에선 도시로 몰려들었던 농부들의 귀향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귀농자 한 사람에게 2천만~2억 원의 영농정착자금을 저리로 빌려주는 것을 골자로 한 '귀농'귀촌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도시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대거 농촌으로 향할 가능성이 커 정부가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정부 차원의 귀농 대책은 외환위기 이후 11년 만이다. 농촌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하나의 터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침체한 농촌에 활력도 불어넣을 것이다.
농촌으로 돌아가는 자체는 쉬운 일이지만 귀농에 성공하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농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사람의 비율이 3분의 1에 불과하다. 전국귀농운동본부는 경제적 관점으로 접근하지 말 것과 투철한 정신 무장, 연고지와 인맥 활용 등을 귀농의 길잡이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마을 사람이 되는 것을 귀농 성공의 최후 비결로 꼽았다. 귀농에 성공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저 푸른 초원 위에"로 시작하는 남진의 노래 '님과 함께'가 환상이 아닌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
이대현 논설위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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