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斷想] 굳은살이 박여

요즘 신문 방송 뉴스 접하기가 겁난다고들 말한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 때문에 고달픈 생활을 하다 보니 밝은 소식을 접하는 게 어렵다.

부와 가난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오늘의 풍요가 내일의 가난을 가져올 수 있듯이 사람의 앞날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니 자만해서도, 좌절해서도 안 된다. 돈을 좇다 돈의 노예가 되기보다 노력해서 돈이 따라오게 해야 한다고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노력 없이 생긴 재물에는 '힘'이 없고, 재물이 사람을 우습게 보기 때문에 당연히 오래가지 못한다.

현명한 부모는 자녀에게 고생을 가르친다고 한다. 결핍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겸손과 이해심을 길러 주려는 지혜인 것이다. 한때의 고통은 인생살이에서 길잡이가 될 수도 있다.

다가오는 일요일(12일)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후 부활하신 날이다.

"예수는 나이 서른이 될 때까지 대패질과 못질을 하고 산 노동자였습니다. 그의 손은 목수 일로 생긴 굳은살이 딱딱하게 박여 있는 노동자의 손이었습니다. 예수의 손에는 십자가에 박혀 못 자국이 나기 전에 먼저 목수 일로 생긴 굳은살이 박여 있었던 것입니다."

앞의 문장에 나오는 '딱딱하게 박여 있는' '십자가에 박혀' '굳은살이 박여'에서 '박혀'와 '박여'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가끔 볼 수 있다.

'박이다'는 자동사이다. 한곳에 붙어 있거나 끼어 있다("볼에 점이 박이다."), 오랜 버릇 따위가 몸에 배다("커피에 인이 박이다."), 어떤 생각 따위가 깊이 배다("낡은 사상이 머릿속에 박여 있다."), 손바닥이나 발바닥 같은 데 못이 생기다("손바닥에 못이 박이다.")란 뜻을 지닌다. 이 외에도 사진이나 인쇄물을 박게 하다란 뜻으로 '박다'의 사동형으로 "명함을 박이다."로 쓰인다.

'박히다'는 '박다'의 피동형으로 쓰여 박음을 당하다("가시가 박히다."), 어떤 모습이나 생각 따위가 인상 깊이 새겨지다("그녀의 우아한 모습이 뇌리에 박혀 사라지지 않는다."), 어떤 것이 규격화되다("판에 박힌 직장 생활에 염증을 느끼다.")로 쓰인다.

사람들은 봄'가을에만 꽃이 피는 줄로 대개 생각하지만 여름에도 겨울에도 여건이 갖춰지면 언제라도 꽃은 핀다. 그렇지만 봄'가을의 꽃이 유난히 아름답다. 겨울의 추위와 여름의 무더위를 견뎌냈기 때문이다.

꽃을 피우기 위해 힘든 날들을 보냈기에 더 많이 아름답듯이 고난을 겪고 이룬 일들이 더 보람되고 가슴 벅차지 않을까 생각된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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