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예산만 먹는 판박이 축제 구조조정해야

전국 246개 지방자치단체에서 개최하는 지역축제가 937개에 이른다. 특히 2000년 이후 만들어진 축제가 485개로, 9년여 동안 52.5%나 증가했다. 지방자치제 출범 후 표를 의식한 단체장들이 앞다퉈 축제를 만든 탓이다. 이 정도면 '축제 공화국'이라 할 것이다.

과다한 지역축제는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무엇보다 축제에 쏟아 붓는 돈이 천문학적이다. 전국 지자체에서 2007년 집행한 행사'축제 경비가 6천912억 원에 달했다. 창녕 화왕산 억새 태우기, 상주 자전거축제 콘서트 등 인명사고를 일으킨 축제도 적지 않다. 벚꽃이 피면 너도나도 벚꽃축제를 만드는 식으로 축제를 양산하다 보니 특색 없이 천편일률인 축제도 부지기수다.

마침 행정안전부가 지역축제 통폐합 등 개선책을 내놨다. 과다한 지역축제를 억제하기 위해 축제 예산 비율이 낮은 지자체에 보통교부세를 추가 배정한다는 것이다. 또 지자체별로 지역축제를 통폐합해 절감하는 예산을 일자리 창출 등에 활용한 사례를 평가, 교부세를 지원하기로 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현실을 제대로 파악한 대책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솔선수범하는 지자체들도 있다. 대구 남구는 대덕제를 취소하고 그 예산을 행정인턴 추가 채용, 공공근로 인력 추가 선발 등에 사용하기로 했다. 포항시도 포항국제불빛축제를 대폭 축소, 절감 예산을 일자리 창출에 쓴다는 것이다.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먹고 놀자는 식의 축제라면 구조조정을 해 절감한 예산을 적소에 쓰는 게 바람직하다. 이렇게 되려면 지자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단체장들의 의식 전환이 필수적이다. 재선 또는 3선을 위한 표만 의식하기보단 진정 주민을 위한 정책이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하면서 지역축제 구조조정 흐름에 동참하는 단체장들이 늘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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