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필귀정] 地方體制 개편과 先制 대응

행정 비용 줄이고 효율성 높이기, 지방이 앞장서서 변화 모색해야

근래 많이 듣게 된 말 중 하나가 '先制(선제) 대응'이다. 어차피 닥쳐올 일이면 이쪽에서 먼저 손쓰자는 게 그걸 주장하는 의도다. 파도같이 몰려올 사태라면 각 단계가 이쪽에 해를 미치지 못하도록 미리미리 대응장치를 가동해 가자는 뜻일 때도 있었다.

그런 선제 대응은 개인이나 국가에 필요한 것도 있지만 지방 단위에 긴요한 것도 있다. 지방행정체제 및 행정구역 개편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경제위기다 무슨 게이트다 해서 스포트라이트 방향이 많이 틀어졌으나 머지않아 중요한 시대적 과제의 자리에 복귀할 가능성이 충분한 게 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직접 당사자인 지방들은 오히려 무덤덤하다. 각 지방 형세에 결정적 변화를 갖다 안길 사안인데도 남의 일 구경하듯 하는 것이다.

물론 그런 태도가 전혀 엉뚱한 건 아니다. 말만 무성하지 과연 실행될 수 있겠느냐 하는 회의가 무엇보다 크게 작용할 것이다. 1980년대 초에 이미 지방체제 개편의 큰 그림이 보도되기까지 했으나 그 후 30여 년이나 흐지부지돼 왔으니 그럴 만도 하다.

최근 또한 지난번 17대 국회에서 여야가 상당한 합의를 이루고도 2006년 2월 결국 공식적으로 손을 놔 버린 전례가 있다.

그러나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이명박 대통령이 작년 9월 개편에 적극 찬성 입장을 밝힌 게 시발이다. 그 발언은 뭉그적거리기만 하던 여당의 태도를 바꿔 놨다. 이번 달 임시국회서부터 여야 합의로 국회 관련 특위가 가동되는 것이 그 결과다.

정부도 그 발언 이후 처음으로 노선을 선명히 했다. 곧이어 이 사안을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채택한 게 대표적 증거다. 그리고 지난달에는 기초 자치 단위인 시'군의 자발적 통합을 촉진키 위한 특별법 제정 방침까지 내놨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얘기다.

지방행정체제 및 행정구역 개편의 목적은 말할 필요 없이 행정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같은 규모인데도 불구하고 인구 1명당 행정비용이 창원시는 7만7천 원인데 비해 포항은 11만3천 원이나 든다는 비교가 한 예다. 구를 나누지 않은 창원은 공무원 1천542명으로 업무를 다 처리할 수 있는데 구청을 둔 포항은 2천19명이나 있어야 (작년 8월 기준) 가능한 게 이유라 했다.

지방행정체제를 개편해 행정 단계를 현재의 3개에서 2개로 줄이면 연간 8조 원의 경비 절감이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도 이미 듣고 있는 바다.

그러니 일반 시민들로서는 지방체제나 행정구역 개편을 비판 없이 찬성할 건 아니지만 무턱대고 반대할 일도 아니다. 이웃 일본은 옛날에 2단계로 줄였을 뿐 아니라 지금은 지방행정 단위의 통합 폭을 더 키우기 위해 애쓰고 있을 정도다.

간혹 일반 시민들에게 기존 지방 명칭을 포기해야 하는 게 부담될 수 있다고 하나 그런 정도는 기술적으로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인접 시와 군 5개를 합쳐 하나의 단위로 만들 경우, 그 행정 단위의 새 이름을 정하고 통합 행정청은 설치하되 부속되는 각 시'군에선 본래의 지방 이름을 그냥 쓰게 하면 되는 것이다. 군청은 없어졌으나 군은 엄연히 살아 있는 일본이 선례다.

그렇다면 행정구역 개편의 밑그림을 정치권이나 중앙정부가 마음대로 그려가도록 지방이 바라만 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 직접적으로 이해관계에 있는 지방 단위들이 오히려 앞장서서 바람직한 곳으로 향하도록 변화의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개편 방향을 확정해 2012년까지 필요한 절차를 완료한다는 게 지금까지 윤곽 잡힌 정부 쪽 추진 계획이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지방정치인이나 공무원사회가 자기네 이해관계에 매여 못한다면 시민사회라도 나서서 토론의 장을 여는 게 옳다. 이것이 지금 지방 단위들에 주어진 선제적 대응 과제다.

朴 鍾 奉(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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