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주시 가자동에 있는 상주가축시장을 찾았다. 오전 6시 30분쯤 소를 실은 트럭들이 몰려들면서 가축시장은 순식간에 100여마리의 한우로 가득 찼다. 한우 사육농민과 중간상인들의 흥정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상주는 한우 사육두수가 5만5천마리로, 경북에서 경주 다음으로 사육농가가 많은 곳.
한우농가들은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해는 희망적인 분위기로 활기가 넘친다.
지난해 소를 내다팔면서 소값이 폭락했던 것과 달리 최근 한우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파는 사람보다는 사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이날 거래된 송아지는 지난해 11월에 비해 50만원 정도 올랐다. 시장에서 만난 이재형(45·상주시 사벌면)씨는 "송아지 3마리를 사려고 왔다"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에 사려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한우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지난해 농가들이 가격 폭락을 우려해 한우를 많이 내다 판데다, 설날 소비까지 겹치면서 사육두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현재 암송아지 산지 시세는 167만4천원으로 지난해 12월에 비해 27.0% 올랐다. 하지만 농가들 사이에서는 우려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산지 소값이 올라가면 소비자가격도 덩달아 올라가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가들이 입식 열기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비쌀 때 송아지를 구입해 24개월동안 키워서 팔 때 가격이 내려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농민들은 오는 6월 22일 쇠고기 이력추적제가 유통단계까지 확대 실시돼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한우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부분의 농민들이 이력추적제를 알고 있었고 소시장에 나오는 한우들도 귀표를 달고 있었다. 농가들은 이력추적제가 수입쇠고기를 한우로 둔갑시켜 판매하거나 비정상적인 경로로 도축·유통되는 쇠고기를 줄이는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소의 질병이나 안전문제가 생길 경우 이동단계를 추적해 신속하게 조치할 수 있다"면서 "유통의 투명성을 높이고 소 혈통관리를 통해 품질 개량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6월 22일 이후부터 소의 출생과 폐사, 양도와 양수, 도축을 위한 출하, 수입·수출의 경우 농민 등이 정부의 위탁을 받은 지역축협이나 한우협회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과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개체식별번호 자체가 잘못되면 이력추적제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대형소매점과 달리 정육점이나 중간 상인은 손으로 번호를 적거나 개인적으로 서류를 만들 경우 실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소비자들이 식별번호를 조회할 때 오류가 나면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질 수 있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이 단속에 나설 예정이지만 한정된 인력으로 DNA 대조작업을 잘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쇠고기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됐지만 위반 업소는 요즘도 단속에 적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북 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지난 1~3월 쇠고기 원산지표시제 위반건수는 4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2건에 비해 46.9% 증가했다.
김억수 전국한우협회 상주시지부장은 "지난해엔 외환위기 때처럼 소 파동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했던 농민들의 심리가 올 들어 안정됐다"면서 "오는 6월 쇠고기 이력추적제가 유통단계까지 확대 실시되면 전염병 예방은 물론 유통의 투명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주·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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