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100만명 시대'(통계청 3월 고용동향)를 맞아 청년층뿐 아니라 취업 소외계층인 중·장년층과 여성들도 구직난으로 아우성이다. 실직에 이은 재취업이 힘들어지면서 중·장년층은 10, 20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던 아르바이트 시장까지 기웃거리고 있다. 구직난을 틈타 여성을 상대로 한 유흥업소나 노래방 도우미 등 접대부 알선 구인 광고도 우후죽순처럼 나돌고 있다.
◆아르바이트 자리 없나요?
주부 김모(36)씨는 최근 중소 무역업체 사무실에 경리사무원으로 취직했다. 시간당 4천원을 받는 아르바이트다. 지난해 말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통보를 받은 김씨는 몇 달째 남편의 월급도 체불되자 다시 생활 전선에 나섰다. 하지만 정규직은커녕 계약직 일자리도 찾을 수 없었고, 결국 아르바이트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한 달 벌이는 60만원에 불과하지만 김씨 가족에겐 생활비의 전부다. 김씨는 "젊은 고졸 여사원들이 일하는 자리지만 나이가 많다는 꼬투리라도 잡힐까봐 더 열심히 일한다"고 했다.
젊은층의 아르바이트 시장에 최근 30~50대 중·장년층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직 후 재취업에 실패한 30~50대가 생계 유지를 위해 아르바이트에 뛰어든 때문이다. 아르바이트 포털사이트인 '알바천국'에 따르면 지난달 아르바이트 신규 가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대는 32.55%, 50대는 47.88%가 늘어났다.
지난해 자동차부품업체에서 해고된 최모(38)씨는 최근 집 근처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한다. 자동차업계가 워낙 불황인 탓에 재취업 일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장년층이 재취업하는 경우는 드물다. 쉽게 뛰어들 만한 자리가 많지 않은데다 업주들도 나이 많은 직원을 꺼리기 때문이다. 대구 달서구 상인동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모(33)씨는 "아르바이트를 모집할 때마다 30, 40대 주부들이 하루에도 10여명씩 찾아온다"며 "그러나 부리기 부담스러운데다 손님들도 어색해 하는 경우가 많아 돌려보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여성들을 유혹하는 검은 손길
취업 한파의 여파는 여성들에게 더욱 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남성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천명이 줄어든 반면 여성 취업자 수는 무려 14만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틈타 고소득을 미끼로 실직 여성들을 유혹하는 유흥업소나 노래방 도우미 구인 광고가 판치고 있다. 백화점 의류매장에서 일했다는 A(28·여)씨도 한 달 전부터 노래방 도우미로 나섰다. 여성 아르바이트 전문 사이트에서 시간당 2만5천원에 숙식까지 제공한다는 광고를 보고 찾아갔더니 노래방 도우미 소개소였다.
B(30·여)씨도 노래방에 나간 지 한 달이 됐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구조조정 1순위가 돼 일자리를 옮겼다. 그는 "인터넷 구인 광고에서 하루 벌이가 3만원이 넘는다는 문구를 보고 찾았더니 노래방 도우미였다"며 "처음엔 좌절했지만 남편 수입만으로 두 아이의 양육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일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여성 아르바이트 사이트에는 유흥업소 접대부를 모집하는 광고가 대부분이다. '시간당 2만5천원', '시간 조정이 가능하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구인 광고가 널려 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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