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프로젝트는 아파트 숲 조성 계획?'
대구 수성구청은 2005년 1월 범어네거리를 중심으로 달구벌대로와 동대구로 일대를 뉴욕과 같은 비즈니스 센터로 만들겠다며 '맨해튼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그로부터 4년여가 지난 지금, 범어네거리 일대는 기존 건물을 제외하고는 모두 주상복합 아파트로 채워졌다. 황금네거리 일대 동대구로 역시 15층 이상 높이 건물이 속속 들어섰지만 대부분 주상복합 아파트다.
◆스카이라인 바뀌고 있지만…
대구의 가장 요지로 꼽히는 범어네거리에는 몇 년 전만해도 고층건물이라고는 15층 높이의 삼성생명(1994년 준공) 건물과 16층 높이의 교원공제회관(1997년 준공)이 전부였다. 수성구청이 수성교~만촌네거리(1.5㎞)와 황금네거리~MBC네거리(3㎞) 구간을 고층건물로 배치하겠다는 '맨해튼 거리' 조성계획이 진행되면서 이 일대는 30층이 넘는 초고층 아파트들이 속속 들어섰다. 황금네거리 일대 동대구로 역시 43층 높이의 대우트럼프월드, 57층 높이의 SK리더스뷰 주상복합아파트가 골조 공사를 마무리하면서 고층아파트 시대를 열고 있다.
공사가 중단된 주상복합아파트들이 도심을 황폐화하고 있다. 그랜드호텔 맞은편 부지(연면적 30만㎡)에 55층 높이로 계획됐던 주상복합아파트는 사업승인신청 단계에서 중단됐다. 그 옆에 들어설 32층 높이의 아파트(연면적 3만1천㎡)와 구 신세계 예식장 부지에 예정됐던 32층 높이의 주상복합아파트도 사업이 유보됐다. 대구지법 맞은편 부지(22만6천여㎡)에 예정됐던 주상복합아파트도 토지 보상단계에서 중단됐다. 범어네거리 일대에만 20층 이상의 주상복합아파트 사업 9건이 공사가 중단되거나 유보됐다.
◆대구의 '맨해튼'에는 비즈니스가 없다.
맨해튼 프로젝트가 주거단지 조성에만 집중되면서 비즈니스 중심지구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졌다. 프로젝트가 시작된 2005년부터 지금까지 들어섰거나 내년까지 들어서는 건물은 24곳. 하지만 전용 업무용 빌딩은 범어네거리 LIG손해보험(21층) 사옥과 그랜드호텔 옆 애플타워(14층), 미래법무빌딩(10층) 등 3곳이 전부다. 이 일대가 대부분 상업지구이다보니 아파트 건축이 불가능한 반면 연면적의 10%를 상업용도로 끼워넣는 주상복합아파트는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사업승인이 남발됐기 때문이다.
구청 관계자는 "비즈니스 센터 유치 등이 바람직하지만 기업체 비중이 낮고 장기 경기침체로 기업유치도 쉽잖아 주상복합 아파트 위주로 조성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상업용지에 우후죽순 들어선 주상복합아파트가 결국 주거용 아파트 단지로 전락해 도심 중심가가 업무 기능을 잃은 '베드타운'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대구대 전경구 교수(도시·지역계획학과)는 "전용 상업·업무용 빌딩의 유치가 힘들다면 주상복합형 빌딩이라도 건물 내 도서관, 공연장, 전시관 등을 마련해 문화기능을 높이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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