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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에 더 빛나는 이 비석은…빈곤해결사 '조범석 불망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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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주농협 함창지부 뜰 앞에 서있는 조범석 금융조합 이사의 불망비를 신용구 전 함창읍발전협의회장(왼쪽)과 장재육 한솔페이퍼시스템 대표가 살펴보고 있다.
▲ 상주농협 함창지부 뜰 앞에 서있는 조범석 금융조합 이사의 불망비를 신용구 전 함창읍발전협의회장(왼쪽)과 장재육 한솔페이퍼시스템 대표가 살펴보고 있다.

상주농협 함창지부 뜰 앞에는 비석이 하나 서있다.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에 금융조합 이사(현 농협중앙회 지부장)로 함창에서 근무했던 조범석(趙範錫)을 기리는 불망비(不忘碑·가로 60㎝, 높이 1.5m)다. 그는 "부지런히 일해서 잘살아야 한다. 그 이상의 애국은 없다"며 애옥살이 살림에 찌들려 살던 농민들을 일깨워 가난을 물리치게 했다.

"양식이 없어 나물죽으로 연명하던 시절, 가마니 짜는 틀을 공급하고 돈을 대출해 토지를 구입하라고 했지요. 곧 마을에서 굶는 사람이 사라졌습니다. 그분이 오시면 마을의 남녀노소가 앞다투어 절을 했습니다."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김구범(86·상주 함창읍 관암리)옹의 증언이다.

당시 함창읍 관암리(현 척동2리)는 함창에서도 가장 낙후된 마을이었다. 조 이사는 관암리를 '갱생구락부'로 지정하고 수시로 방문해 마을사람들을 계도하면서 가마니 짜기 사업을 벌였다. 농한기 때 술과 노름으로 허송세월하던 농민들은 밤을 새워 가마니를 짰고 함창 공판장에 내다 팔면서 지긋지긋한 가난을 떨쳐내기 시작했다. 함창 주민들은 마을을 개조한 조 이사의 공적을 '절대로 잊지 말자'며 62년 전 불망비를 세웠다.

조 이사의 업적은 세월 속에 묻혔고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거의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경제위기를 맞아 조 이사의 업적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함창의 '가난 극복사'가 우리 새마을운동의 모태라고 상주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신용구(61) 전 함창읍발전협의회장은 "어린 시절 함창 전역에 가마니 짜는 일이 유행했고, 집집마다 가마니 창고가 있었다"며 "관암리가 함창에서 살기 좋은 동네로 성장한 것은 모두 조 이사의 농민사랑과 경제난 극복 의지 덕분"이라고 했다.

조 이사는 삼성그룹 고 이병철 회장과 사돈이다. 아들 조운해(84·전 고려병원장·전 경북대총동창회장) 박사가 삼성가의 맏딸 인희(현 한솔그룹 고문)씨와 결혼해 삼성가의 맏사위가 된 것. 조 박사는 틈 날 때마다 자녀들과 함창에 내려와 비석을 둘러보았다.

불망비를 돌보고 있는 한솔제지 상주공장의 전 총무차장 장재육(50·현 한솔페이퍼시스템 대표)씨는 "당시 농민들이 얼마나 감동했으면 그 어려운 시절 십시일반 돈을 거둬 공덕비를 세웠겠느냐"며 "경제난을 맞아 이 불망비가 더욱 돋보인다"고 했다. 금융조합 이사로 지례·함창·고령 등지서 근무했던 조 이사는 대구금융조합연합회 회장직을 마지막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상주·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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