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Health Doctor] 중년을 노리는 질환(9) 노안

혹사당하는 눈…몸보다 더 빨리 늙는다

회사원 박정수(47)씨는 요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와도 반갑지 않다. 수신된 문자 메시지가 잘 보이지 않아 팔을 뻗어야 겨우 볼 수 있는 데다 답장을 보낼 때도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결재서류를 보기도 힘들어 업무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박씨는 "노안이 오니 일상생활은 물론 사회생활에도 많이 불편하다"며 "회사에서 돋보기를 사용하기엔 너무 표가 나고 불편하기도 해서 다초점 안경을 착용할지 수술을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누구나 45세 전후쯤 눈에 큰 변화를 겪는다. 잘 보이던 신문이나 책이 갑자기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하는 것. 이는 40대에 접어들면서 수정체에 문제가 생기는 '중년안'. 즉 '노안' 때문이다. 대부분 노안이 생겨도 처음엔 '노안'임을 인정하지 않고 '눈이 나빠진 것'으로 믿고 싶어한다. 노안이 생기면서 자신이 늙어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아 상심하거나 의욕을 잃는 등 정신적인 충격을 받기도 한다. 그렇다고 노화를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는 법. 노안을 극복하고 예방할 방법은 없을까.

◆노안, 왜 생기나

노안은 눈의 굴절 상태나 습관 등에 따라 나타나는 시기가 개인마다 다를 수는 있지만 피해갈 수는 없다. 노안은 보통 40세가 넘으면서 시작된다. 무심결에 신문이나 책을 볼 때 밝은 곳을 찾게 되거나 책을 눈에서 멀리하면 노안이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 노안을 원시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둘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원시는 안구의 앞뒤 길이가 짧거나 눈의 굴절력이 약해 사물이 망막 뒤에 맺혀 사물이 흐려 보이는 것이다. 이 때문에 멀거나 가깝거나 관계없이 돋보기 안경을 써야 한다. 이에 비해 노안은 눈의 초점 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수정체의 탄력이 떨어져 발생하는 굴절 이상으로, 1m 이상 떨어진 사물은 잘 보이지만 가까운 곳은 흐리게 보이는 질환이다. 노안의 원인에는 크게 두 가지 설이 있는데 기존의 정설은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가 딱딱해져 노안이 발생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가 매년 0.02mm씩 자라 40대가 되면 수정체와 모양체가 가까워져 모양체가 수축돼도 그 힘이 수정체에 전달되지 않아 노안이 생긴다는 이론이다. 이 둘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노안이 발생한다고도 볼 수 있다.

◆치료 방법에는 뭐가 있나

노안이 생기면 돋보기나 다초점 안경을 많이 사용한다. 돋보기가 불편하고 꺼려진다면 노안 교정술을 고려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실제 40대 이상이면 누구나 노안이 생기기 때문에 안과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노안회복술이기도 하다. 현재 노안 치료를 위한 많은 수술법이 개발돼 있는데 각각 효과 및 특징이 다르다. 노안 수술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생겨난 것은 1980년대 후반으로, 각막 표면을 홀미움레이저로 쏴 각막의 모양을 볼록하게 만들어 주는 수술이 처음이다. 이후 안구 외벽인 공막에 작은 플라스틱 밴드를 넣어줘 모양체와 수정체의 거리를 넓혀주는 공막밴드삽입술, 공막에 방사선을 쏴 모양체와 수정체 거리를 넓히는 공막방사선절개술, 레이저공막성형술(LAPR), 레이저 열 각막성형술(CK), 라식노안교정술 등이 개발됐는데 현재 사용되지 않거나 꼭 필요한 경우 시술되고 있다. 또 라식을 통해 불균형한 시력을 맞춰주는 시술법인 모노포칼라식노안교정술이나 수정체를 제거하고 특수 렌즈를 넣는 1CU 수술 및 테크니스 수술 등 이전 수술법의 단점을 줄이고 효과를 높인 수술법도 개발돼 현재 시술되고 있다.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시술은 수정체 교환법인 '레스토렌즈 삽입술'로, 노안은 물론 백내장, 원시, 근시를 동시에 수술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정수술은 눈의 상태를 정확히 검사한 뒤 결정하는 게 좋다.

◆예방·관리 방법은 없나

노안도 노화 현상의 하나이기 때문에 피해갈 수는 없다. 다만 평소 올바른 생활습관으로 눈을 잘 관리하면 노안이 더 빨리 찾아오는 것을 막을 수는 있다. 실제 예전엔 주로 40대 중반 이후에 노안이 많이 생겼지만 최근엔 컴퓨터 사용이 생활화되면서 노안 발생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책이나 컴퓨터 모니터를 많이 보는 사람이나 가까이에서 보는 습관을 가진 경우 노안이 빨리 나타나고, 어두운 곳이나 피로할 때 증상이 더 심해지는 만큼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고 중간중간 쉬면서 눈의 피로를 줄여주는 것이 좋다. 눈을 의식적으로 자주 깜빡거림으로써 건조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컴퓨터 작업을 하거나 책·신문 등을 볼 때 조명을 적절히 사용하고 어두운 곳에서 텔레비전이나 책을 오랫동안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면 부족도 눈에 좋지 않은 만큼 잠을 충분히 자고, 사무실이나 집 안 공기를 자주 환기시킬 필요도 있다. 흔들리는 버스나 자동차 이동시에는 책을 읽지 않는 게 좋다. 이와 함께 눈에 좋은 당근(비타민A)이나 사과·시금치·브로콜리(칼륨) 등 녹황색 야채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이승현 삼성안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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