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줄로 읽는 한권]윈도우즈도 혹시 바이러스?

어린 시절부터 '큰일'을 보러 갈 때를 위해 꼭 화장실에 책을 비치해 두던 버릇이 있었다. 꽤 많은 기간을 그렇게 해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적절한 '뒷간용' 책에 대한 나름의 기준이 생기기에 이르렀다. 뒷간용 책은 일단 너무 크거나 무거워서는 곤란하다. 또 뒷간용 책은 너무 어렵거나 지루해서도 안 된다.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고려할 만한 것이 있다. 뒷간용 책은 아주 짧은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좋다. 3분 이내에 상쾌하게 매조지고 일어설 수 있는 그런 가벼움이 필요한 것이다.

'롤프 브레드니히'가 내놓은 '위트 상식사전'은 마땅한 뒷간용 책이 소진되어 버린 내게 새로운 대안이 되어 주었다. '사전'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실제로는 유머집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이 책은 여러 가지 웃기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지만, 딱히 포복절도할 만한 유머는 없다. 대신 읽는 순간에 '참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랬었지'라고 공감하며 지을 수 있는 쓴웃음들이 담겨있는 것이다. 인류학자인 저자는 인터넷에 떠도는 양질의 유머들을 모아 펴내는 것이 새로운 종류의 인류학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것까지는 몰라도 이 책이 나의 새로운 뒷간용 책이 되는데 충분한 점수를 받았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윈도우즈가 혹시 바이러스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사용자들 사이에 퍼져가고 있다. 해답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누군가가 그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 아니다! 차이점이 있다! 바이러스는 그 창작자들에 의해서 잘 관리되고 자주 업데이트가 되며 점점 더 정교해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윈도우즈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위트 상식사전 PRIME' 롤프 브레드니히, 문은실 지음/이관용 옮김/보누스/335p/8900원

'멘사 논리 퍼즐'도 내게는 매력 만점의 뒷간용 책이다. IQ가 148은 되어야 들어갈 수 있다는 '멘사'를 타이틀로 내건 책이지만, 변기에 앉아있는 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풀 수 있는 적절한 난이도의 퀴즈를 제공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일반인이 조건반사적으로 답을 떠올릴 수 있는 시시한 문제들은 아니다. 처음 보는 순간은 어질어질하고 도저히 못 풀 것 같다가도, 차분하게 폭을 좁혀가다 보면 어느 순간 정답이 떠오르는 그 정도의 어려움인 것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이 '논리 퀴즈'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난센스에 가까운 기지를 섞어줘야 풀 수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진정 해우(解憂)를 하기 위해서는 정답을 보기 직전까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것이다.

벽시계가 바닥에 떨어져 유리가 세 조각으로 금이 갔다. 각각의 유리 조각 안에 들어 있는 숫자판을 합하면 똑같은 총계가 나온다. 유리 조각 안에는 각각 어떤 숫자들이 들어 있을까? '멘사 논리 퍼즐' 필립 카터, 켄 러셀 지음/강미경 옮김/멘사코리아 감수/보누스/238p/7900원

박지형(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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