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내일 검찰에 불려 들어간다. 피의자 신분으로 직접 검찰 신문을 받는 세 번째 전직 대통령이다. 봉하마을을 떠나 서울 대검찰청 도착까지 5시간에 이르는 소환 과정을 종일 틀어댈 TV중계 앞에서 국민들은 얼굴을 돌리고 싶은 심경일 것이다. 또 한번 전 세계에 국가적 망신을 주는 전직 대통령의 초라한 모습에 부아가 치밀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이 추궁할 300여 개 신문사항에 대해 솔직하게 진실을 털어놓을지 의문이다. 이미 서면답변서를 통해 박연차 회장이 권양숙 여사에게 준 100만 달러, 아들 건호 씨에게 건네진 500만 달러는 모르는 일이라고 전면 부인한 상황이다. 권 여사가 박 회장한테 받은 현금 3억 원,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횡령한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천만 원 또한 같은 입장을 취했다. 문제의 돈들은 하나같이 재임 중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이런 노 전 대통령 태도로 봐서 내일 직접 조사에서도 완강하게 버티다 말 공산이 커 보인다. 만일 본인 해명만 듣고 끝내는 조사라면 요란하게 직접 본인을 불러들일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전직 국가원수' 예우라는 구실도 있는 만큼 한 차례 서면조사로도 충분한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노 전 대통령 혐의는 검찰 조사를 신뢰하게끔 하는 내용들이다. 무엇보다 "노 전 대통령을 보고 돈을 주었다"는 박 회장의 진술에 믿음이 가는 것이다.
검찰은 자백을 받든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든 이제까지 공개한 혐의들을 입증해야 한다. 일정한 예우야 해야겠지만 조사 자체에는 '특별 대접'이 있을 수 없다. 필요하다면 박 회장과 대질신문도 불사해야할 것이고, 밤을 새워서라도 진실을 밝혀야 하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역시 '특권과 반칙 없는 사회'를 말했던 당사자답게 다른 피의자처럼 성실하게 조사에 응해야 한다. 국민에게 안겨준 배신감을 생각해서라도 바른 말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게 그나마 '노무현다운'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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