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발달로 전문 분야에 속하는 의'약학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이에 비례해 정확하지 않은 정보, 잘못된 정보 또한 범람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귀에 익은 의약품은 스스로 선택해 복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착각할 정도다.
가장 쉽게 생각하는 위장약을 살펴보자. 위장약은 위와 장 그리고 소화에 관여하는 장기에 약효를 나타내는 의약품이다. 위장약에는 ▷빈 속일 때 속쓰림 증세가 있는 위산 과다에 쓰이는 제산제 ▷위궤양이나 위염에 사용하는 위산 분비 억제제 ▷소화효소가 주성분인 소화제 ▷토하거나 위가 더부룩할 때 위장 기능을 조절하는 소화 기능 조절제 ▷배가 뒤틀리거나 찢어질 듯이 아플 때 복용하는 진경제 ▷장에 문제가 있어 생기는 설사나 냉한 장을 치료하는 정장제 ▷변비 증세를 치료하는 변비약 등이 있다.
이 중 제산제는 마그네슘(Mg)이나 알루미늄(Al), 칼슘(Ca) 등이 주성분으로, 속쓰림의 원인인 위산을 중화시키는 약이다. 보통 '~젤', '~겔' 등으로 불리는 약이 제산제라고 보면 된다. 이 약들은 위산이 가장 많이 나오는 식후 1, 2시간 뒤에 복용해야 한다. 그러나 알루미늄 성분의 제산제는 변비와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 있고, 마그네슘 성분의 제산제는 설사를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제산제를 장기 복용하면 PH2가 정상인 위의 산도를 떨어뜨려 음식물과 함께 위에 들어오는 세균을 제대로 죽이지 못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위산 분비 억제제는 위산을 분비시키는 신경을 차단해 위산을 나오지 못하게 막는 약이다. 시메티딘'잔탁'큐란 등이 이에 해당하고 위염'위궤양 치료에 쓰인다. 이 약들은 식후 30분에 복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다.
정제된 알약 형태의 소화제인 소화효소제와 가스제거제는 췌장에서 분비되는 소화효소제인 판크레아틴을 주성분으로 하는 약으로, 베아제'제스탄'훼스탈 등이 있다. 드링크제 형태로 돼 있는 소화제는 위를 자극해 위 기능을 활성화하는 생약성분을 함유한 활명수, 까스명수 등이 있다. 이런 소화제는 위산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위산 과다 증세에는 절대로 복용해서는 안 된다. 또 소화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소화액 분비를 억제해 인체 스스로 소화 기능을 약화시킨다. 판크레아틴 같은 성분은 돼지에게서 추출하기 때문에 돼지고기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피해야 한다. 그리고 소화제는 너무 차가운 물과 함께 복용해서도 안 된다. 위점막이 수축해 약이 잘 흡수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유나 치즈, 요구르트 같은 유제품도 유제품 속의 칼슘이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같이 먹지 않는 게 좋다. 반드시 미지근한 물로 복용해야 한다.
소화 기능 조절제는 식사 후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차고 메스꺼운 기능성 소화 불량에 사용되는데 맥소롱 등이 있으며 식전 30분에 복용해야 효과가 좋다. 진경제는 소장이나 대장, 자궁 등이 비정상적으로 수축할 때 배의 정중앙 선을 따라 나타나는 급성 경련통에 사용되는데, 파파베린류가 주성분이다. 주의할 점은 진경제와 소화 기능 조절제는 그 효과가 반대라는 점이다. 소화 기능 조절제는 위장 기능을 활발하게 해 위장 기능을 활성화하는 의약품인 반면 진경제는 너무 운동이 심해져 발생하는 위장의 경련을 멈추는데 사용한다. 이 때문에 배가 뒤틀리듯이 아플 때 소화 기능 조절제를 복용하면 경련이 더 심해 질 수 있다.
이처럼 잘 아는 것 같고, 쉽게 보이는 의약품이라 해서 상식적인 의약품 지식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구본호 대구시약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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