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경주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친박'을 표방한 무소속 정수성 후보가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를 상당한 차이로 눌렀다. 박근혜 전 대표의 힘이 1년 전 총선과 똑같은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한나라당은 다른 4곳의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도 이기지 못했다. 집권당으로 처음 치른 재선거에서 당한 5전 전패의 수모다.
한나라당은 선거 결과를 두고 이런저런 변명거리를 찾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각 지역마다 특수한 정치적 사정을 안고 치른 재선거에서 한마디로 '정권 심판'이라고 딱지를 붙이는 건 무리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전주 2곳은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불모지대이고, 경주는 지난 총선에서도 친박연대가 이겼던 곳 아니냐는 따위로 자위 삼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선거도 민심이 담기지 않은 선거는 없다.
다른 곳은 두더라도 인천 부평을과 울산 북구는 본래 한나라당이 국회의원을 갖고 있던 곳이다. 그곳을 민주당과 진보신당에 넘겨주었다. 의석 2개를 잃은 것 못지않게 수도권과 좌파정당에 패한 사실을 한나라당은 뼈아프게 새겨야 하는 것이다. 어느 정권에서도 재보선은 '여당의 무덤' 아니었느냐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길 일이 아니라고 본다. 10년 만에 정권을 잡은 보수집권당으로서 지난 1년 동안 국민의 믿음을 얻는 데 실패한 점이 무엇인가를 심각하게 돌아봐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친이' '친박' 싸움에 국민이 어떤 실망감을 갖는지 깊은 성찰이 있어야겠다. 국민한테는 화합과 단결을 주문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허구한 날 집안싸움에 골몰하는 소아적 정치로는 다음 선거 역시 보나마나다. 한 정당 안에서 공천이 끝나고도 패가 갈려 서로 미는 후보가 따로 있는 '콩가루 집안 선거'는 더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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