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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병휘의 교열 斷想] 거푸 들이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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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뜻이 들어 있다. 부부의 날을 맞아 문정희 시인의 '부부'란 시를 음미해본다.

'부부란/무더운 여름밤 멀찍이 잠을 청하다가/ 어둠 속에서 앵하고 모기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둘이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너무 많이 짜진 연고를 나누어 바르는 사이이다/ 남편이 턱에 바르고 남은 밥풀꽃만 한 연고를/ 손끝에 들고/ 어디 나머지를 바를 만한 곳이 없나 찾고 있을 때/ 아내가 주저 없이 치마를 걷고/ 배꼽 부근을 내어 미는 사이이다/ 그 자리를 문지르며 이달에 너무 많이 사용한/ 신용카드와 전기세를 문득 떠올리는 사이이다// (중략) // 부부란 서로를 묶는 것이 쇠사슬인지/ 거미줄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묶여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느끼며/ 어린 새끼들을 유정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이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 쉬이 가슴에 와 닿는다.

남남이 만나 함께 살다 보면 갖가지 의견 차이가 날 수 있다. 이럴 때 잘도 못하는 술을 벌컥벌컥 몇 잔 거푸 들이켜고 나서 볼품없이 취해 버린 기억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물 따위를 마구 들이마시다란 뜻의 '들이켜다'를 '들이키다'라고 쓰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꽃병을 벽쪽으로 들이켜 놓다."와 같이 안쪽으로 가까이 옮겨 놓을 때는 '들이키다'란 표현이 맞지만 마구 들이마시다란 뜻으로 사용하는 것은 틀린 표기이다. "나뭇잎들이 파르르르 떨며 숨을 들이킨다."는 잘못된 것이고 "그는 목이 마르다며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가 옳다.

'들이켜다'처럼 '사그라지다'를 '사그라들다'로 쓰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잘못이다. 삭아서 없어지다란 뜻을 가진 단어는 '사그라지다'이다.

"이런 기능성 위주가 아닌 심미적인 연출 조명은 어둠 속으로 사그라든 도심에 다시금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사람과 사람의 일은 관계 속에서 생겨나고 발전하고 사그라든다."는 문장에서 '사그라든' '사그라든다'는 '사그라진' '사그라진다' 라고 해야 옳다.

삶의 활기는 나이와 무관하다. 분명 젊은 나이건만 생기가 사그라진 노인처럼 행동하는 걸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얼굴에는 주름이 있고 흰머리가 성성하지만 젊은 기운을 확확 내뿜는 사람도 있다. 젊은이건 노인이건, 여자든 남자든 삶의 활력을 잃으면 시들어버린 꽃과 다를 게 없다.

인생에는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다. 오르막을 오르다 보면 언젠가는 내리막도 있는 법, 정상에 올랐다고 결코 성공했다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 성공은 오르막에 올랐을 때보다 내리막에서 더 많이 좌우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내리막에서 생기가 사그라진다는 것은 생을 포기한 것과 다름 아니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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