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버스조합이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실시된 이후 대구시에 통보도 하지 않고 버스카드 회사와 2016년까지 독점적 영업권을 보장해주는 협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나 매년 시민 세금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준공영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버스조합의 이 같은 행태는 2006년 2월 준공영제 실시 후 계속 터져나오는 문제인데도 대구시는 관리·감독에 손을 놓고 있어 준공영제를 아예 폐기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대경교통카드를 운영하는 ㈜카드넷은 지난달 17일 대구버스조합을 상대로 신교통카드 사업 관련 계약체결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구지법에 냈다. ㈜카드넷 측은 "버스조합이 갖고 있던 ㈜카드넷의 주식 14만4천주(지분의 59.02%)를 2006년 9월 대상그룹 계열사에 매각하면서 시내버스 교통카드 관련 영업권을 자신들에게 10년 이상 보장해주기로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결국 버스조합이 대구시에 알리지도 않고 매각대금 60여억원을 받고 내년 11월 끝날 예정이었던 ㈜카드넷의 교통카드 시스템 공급 계약 기간을 마음대로 6년이나 연장해준 셈이다.
특히 버스조합은 수익사업이나 수수료 관련 결정 등에 대한 사항에 대해 준공영제 수입금공동관리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한 지침을 무시하고 협약을 맺은 데다 대구시에 사후 통보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버스조합이 ㈜카드넷의 가처분 신청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어 법원이 협약의 효력을 인정, 독점 영업권을 인정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대구시가 전국 호환이 가능한 신교통카드 시스템을 도입, 경쟁체제를 만듦으로써 카드 수수료를 현행 3.7% 수준에서 전국 평균인 2.5%로 떨어뜨려 한 해 20억원 이상의 예산을 절감하려던 계획이 무산될 전망이다.
대구시는 2006년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실시한 이후 그해 413억원, 2007년 564억원, 2008년 744억원을 버스업계에 지원해왔지만 관리·감독은 제대로 못하고 있다. 버스조합은 수입금 공동계정에 적립해야 할 2006년과 2007년 시내버스 외부광고 수입금 10억여원을 몇개월씩 입금하지 않아 말썽을 빚었으며, 신교통카드 사업도 미온적이어서 시행이 지연되고 있으나 대구시는 "방법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번에도 "버스조합과 카드회사의 문제일 뿐 대구시가 나설 일이 아니다"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대구시가 준공영제 개선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업체 구조조정, 감차나 휴일·방학 탄력운행, 오지노선 중형버스 도입 등의 방안 역시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경민 대구YMCA사무총장은 "대구의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출발부터 감독기능이 취약한 형태인 데다 버스 한 대당 지원금이 다른 도시에 비해 50% 이상 높게 책정되는 등 문제가 많다"며 "시민 혈세를 쏟아 부으면서도 버스조합의 전횡에 휘둘린다면 준공영제는 폐기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 대구교통카드는?=교통카드는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의 운임, 유료도로나 터널 등의 통행료를 지불할 때 사용되는 일종의 전자화폐다. 대구에서는 2000년 시내버스에 도입된 이후 지하철, 유료도로 등으로 확대됐고 국토해양부를 중심으로 전국 호환 신교통카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대구의 경우 ㈜카드넷이 운영하는 대경교통카드가 독점적으로 운영해왔으나 대구시가 경쟁체제 도입을 위해 지난 2월 BC카드-삼성SDS 컨소시엄을 신교통카드 사업자로 선정, 올해 중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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