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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나도 마누라가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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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우리집에 들른 그녀는 나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앞치마를 두른 나를 아래 위 훑어보면서 여느 엄마와 같은 모습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마치 희귀한 것을 보듯 한다. 내가 밖에서 아무리 똑똑하고 잘난 척해도 집에 들어오면 주부라고 말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어머니와 아이들과 함께 살 때는 집에서 일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다. 이제 어른들은 먼 길을 떠나셨고 아이들도 직장 따라 나가버려 남편과 둘이서 조금씩 일을 분담하며 살기로 했다. 하지만 주부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남편과 집안일은 여자의 몫이라는 나의 고정관념 때문에 이런저런 바깥 일을 하는 내게 하루 24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아침식사 준비에 잠자리 정리, 안방과 부엌을 치우느라 서두르다 보면 아침 식사를 거른 채 겨우 화장만 하고 집을 나서는 때가 부지기수다. 내가 남자였다면 잠자리에서 일어나 아내가 챙겨주는 밥을 여유있게 먹고 나갔을 테지….

지역 행사 참석과 의정 활동, 그리고 NGO 활동까지 하는 나에게 시간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그래서 수면 시간은 수시로 줄어들고, 자동차로 이동하며 건빵으로 식사를 해결하기도 한다. 공식 일정 사이에 잠시 집으로 달려가 빨래도 돌리고 화분에 물도 주고, 설거지며 청소, 때론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반찬도 몇 가지 초고속으로 만든다.

행사장에서는 방긋 웃는 모습으로 다니다가 헐레벌떡 집으로 달려가서 집안일을 하고 다시 뛰어나가기를 반복하는 날이면 내가 마치 무대 위에서 수시로 변신하는 연극배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출장이 없는 한 나의 귀가시간은 보통 오후 8~10시. 내가 남자였다면 마누라에게 일하느라 늦었는데 무슨 소리냐며 기세당당하겠지만 나는 공식일정 때문에 늦으면서도 늘 남편에게 미안하고 죄스럽기만 하다.

내가 만약 남자였다면 술자리가 있는 날에도 당당하게 집으로 들어가겠지만, 대리운전까지 불러 갈지언정 집에 들어갈 때면 한잔도 안 마신 척한다. 다음 날 아침 해장국 끓여주는 마누라가 없는 나는 찬물만 몇 잔 마시고 집을 나선다.

전국을 누비면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도의원, 전문직여성한국연맹 회장 등 굵직한 직책은 가졌어도 집에서는 변함없는 주부인 나. 밤늦은 시간 모두가 잠을 잘 때에야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이렇게 글도 쓰고 홈페이지 관리와 내가 운영하는 카페에 글도 올린다. 일에 묻혀 허덕이는 나를 보며 혼자 중얼거린다. '나도 마누라가 있었으면….'

전문직여성(BPW)한국연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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