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쌀 재고 급증 해소할 획기적 방법 찾을 때

묵은 곡물 대신 햇것이 나올 시기를 端境期(단경기)라 한다. 그 즈음엔 공급 부족 탓에 해당 곡물 값이 뛰는 게 오랜 관례다. 하지만 쌀은 지금 단경기를 맞고도 되레 재고가 늘고 값은 떨어지고 있다. 우리 주곡 농업 환경에 또 이상 징후가 나타난 것이다.

생산량과 의무수입량은 는 반면 소비와 대외반출량은 준 게 원인이다. 작년 가을 국내 생산량은 484만t으로 예년보다 43만t이나 증가했다. 경북 경우 65만9천여t으로 전년보다 11%나 늘었다. 그런 중에 의무적으로 사 와야 하는 외국 쌀 양도 매년 2만t씩 증가한다.

반대로 1인당 연간 소비량은 일 년 사이 76.9㎏서 75.8㎏으로 감소했고, 올해는 74.3㎏으로 더 떨어질 전망이다. 게다가 연간 40만∼50만t에 달하던 북한으로의 지원용 쌀 반출도 중단됐다. 국내 생산량의 10%에 달하는 막대한 양이다.

불가피하게 전국 쌀 재고가 40%나 급증하고 전국 평균 소비자 쌀값은 6%나 하락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주문했던 물량의 매입조차 취소하는 등 시장 흐름도 좋지 않다. 당장 농민들에게 큰 피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걸 사들여 놓고 있는 농협들에게로 손해가 전가돼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올가을 수확기가 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유통업자들이 매입 여력을 잃거나 매입가격을 낮출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책으로 정부가 비축미 방출을 중단했다. 그러나 그 정도로 이 고비를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해외 원조 등 가능한 모든 잉여농산물 해소책을 검토해야 한다. 시민들도 스스로 쌀 소비 늘리기에 동참하는 게 옳다. 농업 기반 붕괴의 최종 피해자는 그 소비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책에 때를 놓치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된다. 지금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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