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를 둔 부모는 자녀의 대변 때문에 웃고 운다. 자녀가 대변을 잘 못 봐도 걱정, 너무 자주 눠도, 설사를 해도, 색깔이 조금 이상해도 걱정이다. 굵고 황금빛 대변을 보면 왠지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냄새까지도 구수하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대변의 상태가 어떨 때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고 어떤 경우엔 걱정하지 않아도 될까. 영·유아기의 대변과 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영아기(생후~1세) 대변 질환
▷변비=간혹 아기가 5일이나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대변을 볼 경우 '변비가 아닐까'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대변 보는 간격이 넓을 경우 여러 가지 질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 그러나 모유를 먹고 있고, 배가 표나게 부르지 않으며, 아기의 체중이 정상적으로 늘고, 편안한 상태이며, 대변이 무르다면, 이는 정상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만약 아기가 보채거나 배가 불러오거나 구토,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이면 소아과 전문의를 찾는 게 좋다.
▷설사=설사가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여러 가지 원인을 의심해볼 수 있지만 급성 설사 후 식이 조절을 잘못해 설사가 계속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설사는 분유나 모유에 많이 든 유당을 소화시키지 못해 발생하는데 부모들은 애꿎은 이유식을 중단하고 설사 분유(유당이 포함되지 않은 분유)를 먹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증상이 호전되면 다시 분유를 먹이기 때문에 설사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땐 오히려 이유식 양을 늘리고 분유 양을 줄여 유당 섭취를 줄여주는 게 좋다. 이유식 전 단계에서 설사가 지속될 땐 전문의의 진단을 통해 유당 없는 특수 분유를 먹일 수도 있다.
▷혈변=열도 없고 보채지도 않고 잘 놀며 체중 증가도 정상인데 간혹 대변에 피가 실고추나 고춧가루를 뿌려 놓은 것처럼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는 모유를 수유하거나 모유와 분유를 둘 다 먹이는 경우에서 많이 나타난다. 이 경우 세균성 장염이나 다른 심각한 질병이 아닌가 걱정하기 쉽지만 알레르기성 직결장염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어머니의 식이 중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이 모유를 통해 아기에게 전달돼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이다. 치료에 앞서 어머니가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진 유제품, 해산물, 견과류 등 음식을 제한하는 식이 제한부터 시도하는 게 좋다. 그렇지만 알레르기성 직결장염 외 다른 질병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소아과 전문의 진찰을 받아볼 필요도 있다.
▷힘든 배변=생후 1~10주 영아의 경우 대변 보기 5~10분 전에 얼굴이 불그스레해지고 심하게 보채다 배변 후 괜찮아지는 경우가 있다. 이는 대변을 보기 위해 배에 힘을 줘 복부 압력은 높아진 상태인데 항문은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는 배변 방법을 배워가는 시기로, 아직 배변 기전이 숙달되지 않아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선천성 거대 결장 등 아주 드문 질환 몇 가지만 아니라면 관장, 약물 사용 등 특별한 치료 없이도 보통 저절로 좋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변 횟수 및 색깔=모유를 먹는 아기의 대변 횟수가 하루 7, 8회 될 경우 설사로 생각하는 부모가 적잖다. 그러나 모유 수유 중인 영아의 경우 정상적인 대변 횟수가 하루 많게는 12회, 적게는 1, 2주에 한번 보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영아가 젖을 잘 먹고 체중이 규칙적으로 증가한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분유를 먹이고 있는 경우엔 대변 횟수가 하루 7, 8회 이상이거나 2, 3일 이상 변을 보지 않는다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대변 색깔이 출혈로 인해 검거나 붉은 경우, 또 담즙이 나오지 않아 회색·무색을 띠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변 색깔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된다.
◆유아기(1세 이상) 대변 질환
▷변비=유아기에 접어들면 먹는 음식이 성인과 비슷해지기 때문에 대변도 성인처럼 굳어진다. 이 때문에 대변볼 때 힘들거나 통증이 생겨 대변을 기피하게 되고 다음 대변볼 때 더 힘들고 통증도 더 심해져 대변을 더욱 피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이를 만성 변비라고 한다. 만성 변비는 유발 원인 질환을 찾아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선천성 거대 결장, 선천성 갑상선기능 저하증, 고칼슘증 등 기질적인 원인 질환 때문에 만성 변비가 생길 수도 있지만 보통 5~10%로 드물다. 대부분 이유식 이후나 배변 습관을 익히는 시기부터 시작하는 기능성 배변 장애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출생 시 태변의 배출 장애나 복부 팽만이 있거나 출생 후부터 계속적인 변비 증상, 성장이나 발달 장애가 있으면 기질적인 요인에 의한 만성 변비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자세한 검사가 필요하다. 소아 변비는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배변기간이 3일 이상 길어질 때, 또 배변 시 통증도 동반하는 경우로 볼 수 있다. 특히 항문 열상에 의해 배변 후 피가 묻어나거나 속옷에 대변을 묻히는 유분증을 보이고, 대변 보기가 무서워 참는 경우는 상당히 진행된 변비일 가능성이 크다.
▷혈변=혈변은 대변에 피가 함께 나오는 경우로, 혈변의 색깔이 붉을수록 항문에서 가까운 곳에 출혈이 있고 자장면처럼 검을수록 위장이나 십이지장, 소장 등 항문에서 먼 곳에 출혈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세 이상 소아에서 점액성(끈적끈적한 액체성) 대변에 피가 묻어 나오는 것이 반복되면 대장 용종을 고려해볼 필요도 있다. 대장 용종은 대부분 점액성 혈변 반복과 복통, 다량의 직장 출혈 등을 증상으로 보이기 때문에 직장 내시경 검사를 통해 진단, 치료받는 게 좋다.
▷설사=설사는 하루에 변을 보는 횟수로 정의하지는 않는다. 신생아나 영아의 경우 먹는 음식 종류에 따라 하루 7, 8회나 1, 2주에 한번 대변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3세 이하의 경우도 하루 대변량이 10~15gm/kg을 정상으로 보기 때문에 이를 넘으면 설사로 본다. 3세 이상은 하루 200gm/kg 이상이면 설사라고 한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최광해 영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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