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쇠고기 이력추적제, "소비자신뢰 회복 꼭 필요"

22일 전면 실시

지난해부터 판매단계 이력추적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경주 천년한우 매장. 이채수기자
지난해부터 판매단계 이력추적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경주 천년한우 매장. 이채수기자

"제대로 시행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제도이지만 문제점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시행착오를 각오해야겠지요." 22일부터 전면 시행되는 쇠고기 이력추적제를 바라보는 경주축협 최삼호(51) 조합장의 생각이다.

축산농들은 쇠고기 이력추적제가 '소비자 유통질서 확보'와 함께 '한우값 안정'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제도의 전면 시행에 대해 "늦었지만 다행스럽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 제도를 시행하는 축협 관계자들은 인력 운용과 예산 마련, 고령화된 축산농가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행착오 우려=한우 한두 마리를 먹이고 있는 소규모 사육농가들이 문제가 될 전망이다. 농민들의 고령화에다 수십년 동안 송아지 한 마리 사서 큰 소로 키워 시장에 내다 팔고 있는 소규모 사육농가들은 이 제도에 대해 무감각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축협 관계자들은 신고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축산농가에서 소를 사고팔 때 축협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전화신고가 불가능하고 농가에서 직접 축협을 방문해서 신고를 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는 것이다. 9자리나 되는 숫자에 대한 이해가 어렵고, 일정 서식에 기록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이로 인해 축산농가에서 신고를 소홀히 하게 되면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높다. 불성실 신고에 대해 시행하는 과태료나 벌금제도는 또 다른 민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한우협회 상주시지부 김억수(52) 지부장은 "아직 홍보가 부족하고, 무엇보다 신고제도를 더 간편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굳이 생산단계에서 이력제를 실시할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도 제기됐다. 경주한우협회 전상대(51) 지부장은 "우리는 생산과 출하·입식·폐사 등에 대해 모두 이력추적제를 실시하지만, 호주와 유럽 등은 도축단계에서만 실시한다"면서 "도축단계에서 DNA 조사 등을 실시하면 생산과정의 추적제가 필요 없고 이에 따른 경비와 인력이 절감된다"고 주장했다.

◆인력운용과 예산=쇠고기 이력추적제의 시행기관은 자치단체이고, 시행처는 지역조합(축협)이 된다. 축협 관계자들은 인력 운용과 정부의 예산 지원을 걱정하고 있다. 한우 사육두수 전국 1위(5만9천여두)인 경주지역의 경우 귀표 장착 인원과 전산업무 담당 등 최소한 30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주축협은 한우농가에 순번을 정해 인력을 충당할 계획이지만 잘 유지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또 경주축협은 정부가 5억1천여만원을 지원하지만 인건비 충당에도 빠듯하다는 입장이다. 상주의 경우 2년 전부터 이 제도 시범지역으로 지정돼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상주시와 축협 관계자들은 본격적으로 제도가 시행되면 데이터 관리 등 행정 처리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주시 축산특작과 김세호 명실상감한우담당은 "사람들의 주민등록 전산화처럼 소 사육 실태를 정확하게 기록해야만 질병 발생 등 위기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수입산 소가 한우로 둔갑하는 불법사례들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상주축협 김훈경(41)씨는 "과거 축산정책이 시행단계에서는 거창했는데 수년 후 예산 지원 부족으로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 제도가 정착되려면 정부의 지속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 신뢰 위해 필요한 제도=전국한우협회는 이 제도 전면 시행에 대해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다행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영한(57) 전국한우협회 대구경북 지회장은 "우리 한우산업을 지키기 위해 원천적으로 필요한 제도"라며 "일부에서 우려하는 영세 농가들의 협조 문제와 부족한 인력과 예산 등은 앞으로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지회장은 "이 제도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불가피한 제도"라며 "한우 농가들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전국적인 홍보 활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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