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가 중상해 인정 교통사고일까?
올해 2월 헌법재판소의 자동차종합보험 가입자 면책조항(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4조 1항)에 대한 위헌 결정 이후 검찰과 경찰은 중상해 기준을 두고 혼선을 빚었다. 하지만 최근 중상해 교통사고 유발 운전자에 대한 사법처리가 잇따르면서 구체적인 기준이 만들어지고 있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3일 자전거를 타고 가던 60대 남성을 치어 뇌출혈 등 중상을 입힌 혐의로 택시기사 S(51·여)씨를 입건하고, 기소의견으로 이날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S씨는 지난 3월 중순 오전 11시 25분쯤 대구 동구 입석동 동대구 등기소 인근 차도에서 아양교 쪽으로 운행하던 중 자전거를 타고 가던 K(66)씨를 치어 뇌출혈, 기억상실증, 완치가 어려운 치매 등 중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15일엔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신호에 따라 좌회전하던 관광버스가 무단횡단을 하던 행인을 치었고 병원으로 옮겨진 피해자는 전치 6개월의 진단과 함께 오른쪽 다리 무릎 아래 20㎝를 절단했다. 검찰은 중상해 교통사고로 판단하고 관광버스 운전사를 불구속 기소할 것을 경찰에 지휘했다. 이들 교통사고 가해자는 헌재의 위헌 결정이 없었더라면 재판에 넘겨지지 않을 상황이지만 이제는 피해자 측과 합의하지 못하면 기소될 처지가 됐다.
검찰은 헌재 결정 이후 생명에 대한 위험이나 불구, 불치·난치의 질병을 유발한 중상해 교통사고 가해자는 기소해 재판을 받도록 원칙을 정했다. 또 중상해를 판단하는 데 '전치 ○○주 이상'과 같은 일률적인 잣대가 아니라 치료기간, 국가배상법의 노동력 상실률, 의학전문가의 의견을 고루 고려하기로 했다. 특히 식물인간 상태, 간병인의 보호 없이는 생명 유지에 장애가 있는 경우 사망사건에 준해 처벌하도록 방침을 세웠다.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았지만 중상해 교통사고의 판단 기준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셈이다.
대구지검 변찬우 2차장검사는 "교통사고 피해자의 상태는 치료 경과에 따라 유동적이어서 사고가 난 뒤 2, 3개월이 지나야 중상해 여부 및 검찰의 사건처리 방향이 결정된다"며 "대구 동구 피해자도 현재 경과가 많이 호전될 것이라는 의사소견이 있어 가해자에 대해 3개월까지 시한부 기소중지를 한 상황"이라고 했다. 또 그는 "중상해에 해당하더라도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면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해 기소하지 않고 재판 중 합의되면 공소기각 판결이 이뤄진다"며 "합의가 안 되더라도 공탁 여부와 액수에 따라 사건 처리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어대명' 굳힐까, 발목 잡힐까…5월 1일 이재명 '운명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