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야기- 약의 부작용]

감기약을 복용한 뒤 졸음이 오거나 기침'콧물 약을 먹었는데 입에 침이 마르고 손바닥이 건조해진다든지 피부약을 복용하고 체중이 늘어나는 등의 경험을 한 사람이 많다. 약의 부작용 때문이다. 의약품 대부분은 우리가 원하는 작용과는 다른 작용을 하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의약품의 부작용을 '유해하며 예기치 못한 반응으로, 질병의 치료 또는 신체적 기능의 수정을 위해 사람에게 보통 사용하는 양의 의약품에 의해 나타나는 작용'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본래 의약품이 가지고 있는 작용으로, 주작용이 아닌 작용을 좁은 의미의 부작용(副作用: side effect)이라고 하고, 이를 포함해 ①과량 투약 ②특이 체질 ③알레르기 ④비내용(非耐容) ⑤2차 작용까지를 포함한 넓은 의미의 부작용이라고 한다.

과량 투약의 경우 한 종류의 의약품을 용량 초과해 다량으로 복용해 일어나는 부작용은 쉽게 알 수 있지만 두 가지 이상의 의약품을 복용했을 때 상호 작용으로 강한 부작용을 나타내는 경우는 주의해야 한다. 특이 체질인 경우 인체 내에 그 약물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는 체질이 있어 약의 분해가 이뤄지지 않아 과량 복용과 유사한 부작용이 일어난다. 약물의 알레르기 반응은 과민증이라고도 하고 약의 부작용 중에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비내용(非耐容)증이란 약이 지나치게 잘 듣는 경우를 말한다. 어떤 약물에 대해 다른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는데 특정한 사람에게만 강하게 작용하는 경우이다. 2차 작용이란 약물 자체의 작용이 아니라 2차적으로 일어나는 작용을 말한다. 예를 들면 항생물질의 경구투여에 의해 장내세균총(場內細菌叢)에 변화가 생겨 세균에 의한 비타민 K의 생산이 중단되고 결국 비타민 K가 결핍돼 출혈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다.

인체에 치명적인 약물 부작용의 구체적인 예로는 앰플에 들어있는 감기약을 복용한 뒤 일어나는 쇼크사, 페니실린(항생제)에 의한 쇼크사, 코랄질(혈관확장제)에 의한 지방간, 유럽을 뒤집어 놓았던 탈리도마이드(수면제)에 의한 신생아 해표상지증(海豹狀肢症) 등이 있다. 또 알레르기 질환 등에 사용되는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할 때 졸음이 오거나 병원에서 비만약이라고 처방받는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복용할 때 오는 현기증, 불안, 초조, 가슴 두근거림과 같은 경미한 부작용도 많다.

쉽게 생각하는 연고제도 연고의 흡수율을 잘 알고 사용해야만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연고의 흡수율은 손바닥 0.1%, 발바닥 0.15%, 팔뚝 1%, 겨드랑이 4%, 얼굴 표면 7%, 눈꺼풀과 생식기가 30%이다. 보통 손이나 발 등에 발랐을 때 문제가 없던 연고라도 얼굴 특히 눈 주위나 생식기에 바르면 작열감이 있거나 충혈 등이 일어나는 경우가 흡수율의 차이 때문이다.

반면 항히스타민제와 같이 복용할 때 졸음이 오는 부작용을 이용해 수면제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주작용과 부작용이 보기에 따라 반대로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부작용이 나타남으로써 새로운 약의 작용을 검토해 신약개발이 이루어지는 예도 있다. 발모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미녹시딜(Minoxidil) 제제(볼두민 등)는 고혈압약으로 개발됐지만 부작용으로 발견된 발모기능이 주작용으로 바뀌어 발모촉진제로 사용됐다. 기적의 신약이라 불리는 발기부전 치료제 실데나필(Sildenafil Citrate)도 심장약으로 개발돼 임상시험 중 부작용 사례로 보고된 발기기능이 주작용이 되었다. '실데나필'은 인류의 3대 발명품이라는 칭송과 더불어 '비아그라'라는 상품명으로 전 세계에 판매돼 개발회사인 '화이자제약'을 단번에 세계 1위 제약사로 만들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구본호 대구시약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