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집단이나 지역의 유대감은 보통 외부 요인에서 비롯된다. 침입이나 전쟁, 운동경기 같은 경쟁 상황에서 밖으로 분출될 때는 한계치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게 유대감이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나 중국의 동북공정, 올림픽이나 월드컵 축구를 대하는 우리 국민들의 가슴에 도도히 흐르는 일체감을 보면 두말이 필요 없는 얘기다.
그 엄청난 힘에 세계는 물론 우리 스스로 놀라는 경우도 많지만 실상을 파고들면 공허하다. 주어진 상황에 대한 즉자적이고 일시적인 공격과 방어 심리에 철학이나 논리가 끼어들 틈새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특히 대구가 월드컵이나 유니버시아드 같은 대규모 행사를 열광적으로 치러 놓고도 시민의식과 도시 정체성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사실이 잘 말해준다.
17일 대구서부도서관에서 열린 '한도시 한책 읽기 운동' 선포식은 우리 내부에서 유대감과 동질감을 찾으려는 새로운 시도여서 기대가 크다. 이 운동은 지역사회의 여러 기관'단체는 물론 시민 모두가 한 권의 책을 같이 읽고 토론의 장을 통해 생각을 나눔으로써 지역 통합을 이뤄내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1998년 'One Book One City'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시작된 이래 시카고 시가 '앵무새 죽이기' 함께 읽기를 통해 인종 갈등을 극복하는 데 큰 성과를 거두며 세계로 퍼져나갔다.
대구에서는 지난해 서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시작된 이후 60개의 북클럽과 12개의 북카페가 만들어질 정도로 빠르게 영역을 넓혀왔다. 내부 통로가 막혀 있기로 소문난 대구로 보면 놀라운 성과지만, 되짚어 보면 시민들의 마음속에 열망이 오래 잠재돼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동질감은 철학적'논리적 깊이를 갖추게 마련이어서 도시의 수준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여러 기관단체 특히 지역의 지도자들이 진지하게 살펴야 할 대목이다. 2002 월드컵과 2003 유니버시아드 이후 시민들의 유대감을 형성할 계기를 찾지 못하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하고서야 한숨을 돌리는 형국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대구는 독서 중, 책으로 하나 되는 행복한 도시'라는 슬로건이 참 뿌듯하다.
김재경 사회1부 차장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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