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누군가에 의해 밑동이 잘려 나가 안동 사람들이 '제망수가'(祭亡樹歌)를 불렀던 안동댐 진입로의 임청각 회나무(본지 2008년 8월 23일자 4면 보도)가 최근 새싹(사진)을 틔웠다.
일제강점기의 설움과 아픔, 석주 이상용 선생의 우국충정이 서린 이 회나무는 밑동 한쪽에 새싹이 돋아 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회나무가 훼손된 후 안동시는 영양제를 투입하고 펜스를 설치하는 등 나무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지역 주민들은 잘린 나무 밑동에 국화꽃과 막걸리를 올리고 명복을 빌었으며 새 생명으로 자랄 수 있기를 기원했다.
이 같은 안타까움과 염원이 하늘에 닿았을까? 최근 이 회나무 한쪽으로 10여개가 넘는 새싹들이 자라나 푸르름을 뽐내고 있다. 새싹들은 제법 굵은 가지를 형성, 눈에 띄게 하늘을 향해 자라고 있다.
주민 김현성(67·안동시 용상동)씨는 "이 회나무는 안동의 역사와 정신을 오롯이 간직한 신목(神木)이다"며 "새로 난 싹이 잘 자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회나무는 고성 이씨 종택인 99칸 임청각과 함께한 역사적 상징목이었다. 일제 강점기 때 철도를 개설하면서 임청각 아래채를 일부러 헐어버렸지만 이 회나무는 꿋꿋하게 서 있었다. 1970년 당시 안동댐을 건설하고 도로를 닦을 때에도 이 나무는 건재했다. 나뭇가지를 베어내던 인부가 죽고 나무 밑동을 훼손하려던 중장비 삽날이 부러지는 일로 인해 지역민들은 신목으로 추앙하기도 했다.
한편 회나무 훼손 사건 후 안동경찰서는 나무가 잘려나간 전날 시내 공구상에서 엔진톱을 사 간 사람과 주변 CC카메라 등을 확인하며 이례적인 '살목(殺木)범' 잡기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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