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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in 여성]한국역사문화음식학교 교수 차은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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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교수는 경주시와 2년간 신라음식 복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첫단추로 박물관 자료, 삼국사기, 삼국유사, 벽화 등에 나타난 단편적 사료를 연결해 원형을 복원해가고 있다. 그 일례가 신라 경순왕 때 연회를 베풀던 경주 안압지에서 발견된 동물 뼈를 보면 소를 제외한 사슴'꿩'오리 등이 나타나며, 이를 통해 신라시대에는 소고기를 먹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차 교수는 원형 복원에 이어 본격적인 '신라 이사금 밥상' 차리기에 나섰다. '이사금'은 신라시대 임금의 칭호로 3대 유리 이사금부터 18대 실성 이사금까지 사용된 명칭이다. 이사금은 떡을 어금니로 깨물어 이(齒) 숫자가 많은 사람이 왕이 됐다는 유래에서 나온 것으로 역사의 중심에 음식문화가 있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신라시대 임금 제사 때 개암'사슴육포'토끼'돼지 등이 진설품목으로 올랐으며 특히 개암은 삼국사기에도 '신라에는 잣'밤'복숭아와 함께 개암이 참 많았다'는 기록이 나온다.

차 교수는 '2007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때 신라 이사금 요리로 꿩요리, 보리빵, 무궁화 국과 전, 쇠비름 물김치, 양고기 등을 선보인 바 있다.

그녀는 원래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한 약선(藥膳) 요리에 평생을 바쳐 왔다. 한의사인 아버지로부터 한약재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습득했고, 경희대 식품영양학과 석사, 동아대 조리학 박사를 취득했다. 거기서 머무르지 않았다. 대담하게도 부산 코모도호텔 한식당의 막내로 들어갔다. 이론과 현장의 접목을 위해 2년간의 막일도 감수했다. 2003년 부산 영산대 조리학부 교수가 된 뒤 약선학과 개설을 주도했고, 일본 약선학회와 손을 잡으며 중국동방약선식료학회의 첫 한국위원이 됐다. 2003년 8월 중국 약선을 정리하기 위해 1년간 벤치마킹도 했다.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재작년 대전대 한의학과 대학원에 입학, 올겨울 논문발표를 앞두고 있다.

차 교수는 약선을 이렇게 풀었다. "약선이란 '약이 되는 음식'이라는 뜻입니다. 산야의 초근목피와 육류를 재료의 성미에 따라 바르게 다루고 오미(五味'달고, 시고, 맵고, 짜고, 쓴 맛)를 조절하여 만든 음식입니다. 이는 약의 원리와 같다는 '약식동원(藥食同原)' 사상에서 출발하며 한의학과 조리학의 절묘한 결합물이기도 하죠."

음식이 될 수 있는 약에 대해 묻자 감초'당귀'천궁'작약'산수유'산사'오가피'두충'맥문동'황기'생강'천마'숙지황'백복령'겨우살이 등 40~60가지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한 그녀는 "약선의 핵심은 군신좌사(君臣佐使)로 군은 '주 한약재', 신은 '보조 한약재', 좌는 '독성중화제', 사는 '오미를 가진 양념'으로 이것을 자유자재로 연주해야 한다"며 "단순한 조리술만 갖고는 약선에 다가설 수 없다"고 말했다. 조리사'영양사'한의사 소양을 모두 갖춰야 약선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차 교수는 '2007년 세계음식박람회'서 약선 요리로 금상을, 작년 한국국제요리경연대회서 '역사의 혼을 담은 오진미'로 대상을 받는 영예를 차지하기도 했다.

"약선을 평생의 업으로, 나아가 '신라 이사금 밥상'을 세계에 알리고 싶습니다. 세계화의 중심에 음식문화도 한 축을 담당하는 날이 올 때까지 계속 이 길을 걸을 것입니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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