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트레스]이렇게 풀어요

스트레스 해소법엔 정답이 없다. 개인에 따라 무엇이 더 좋고 더 낫다고 말할 수 없는 것.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특하게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카피라이터 강정영씨

강정영(44'여'카피라이터, 광고기획사 애드메이저 이사)씨는 6개월 전만 해도 여느 사람들처럼 집에서 '시체놀이'를 하거나 사우나 가는 것이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다.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겠지만 광고 분야가 특히 스트레스가 심하죠. 정해진 퇴근 시간이 없고 야근도 잦아요. 또 경쟁 프레젠테이션도 많죠. 오직 1등만 살아남는 곳이라 승패에 대한 부담감으로 잠을 설치 때도 적잖아요. 더욱이 자녀들을 키우느라 취미를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어요." 그러면서 그녀는 점차 몸과 마음이 배터리처럼 소멸돼 간다는 불안감도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드럼 스틱을 잡고부터 자신을 조금씩 찾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왔다갔다하면서 사무실 근처에서 '드럼'색소폰을 배우세요'라는 간판을 자주 봤죠. 그 때마다 '드럼을 한번 배워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죠. 그러다 지난해 12월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전화를 해봤어요. 중년 여성이 드럼을 배우겠다고 하는 것이 다소 쑥스러운 일이잖아요. 그러나 의외로 주부나 나이 지긋한 분들이 드럼을 많이 배운다고 하더라고요."

이후 그녀는 1주일에 한 차례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다. 남편은 색소폰이나 클라리넷같은 걸 배우라고 권유했지만 그녀는 기술이 크게 필요없고 타격감이 있는 드럼을 고집했다. 처음 2개월가량은 박자만 배우다보니 별 재미가 없었는데 음악 연주를 하고부터는 신이 났다.

"가끔 드럼을 배우고 야근하기 위해 사무실에 갈 경우가 있는데요. 드럼을 하고 나면 기분이 경쾌해지고 밝아져요. 피곤했던 몸도 가뿐해지더라고요. 스틱으로 치면서 리듬을 타는 것에 흥이 절로 나요. 무엇보다 일상에서 벗어나 1시간 정도라도 다른 일에 빠져본다는 것이 좋죠."

강씨는 드럼 치는 재미에 가끔 주말에도 연습실을 찾는다. 6개월 정도 드럼을 배운 경험에 이젠 라디오에서 노래가 나올 때 드럼 소리가 귀에 들린다고 한다. "조만간 소그룹으로 다시 팀을 짜 연습을 하거든요. 2년 정도 꾸준히 배워 전문가 못지 않은 실력을 키우고 싶어요."

◆삼성안과 원장 이승현씨

"무선 조정기를 통해 조작하는 대로 날아다니는 비행기를 보면 가슴이 펑 뚫립니다. 일종의 대리만족이죠."

삼성안과 이승현(48) 원장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다소 특이하다. 모형비행기를 만들고 날리면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것.

그는 대학시절 때부터 모형비행기 날리기를 시작해 경력 30년이 넘었다. "어렸을 때부터 장난감이나 시계 등을 조립하는 걸 좋아했죠. 제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무인 모형비행기를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죠. 그래서 혼자 캠퍼스에서 비행기를 날리곤 했죠. 주위에 신기해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그의 모형비행기 사랑은 취미를 한참 넘어서 마니아 수준이다. 국내외에서 제품을 사서 조립을 하거나 각종 재료를 구입해 비행기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이 원장의 손에서 탄생한 모형비행기는 지금까지 100여대. 그 가운데는 크기가 6m쯤 되는 비행기도 있다. 이 원장의 집에는 비행기 창고와 작업장이 따로 있다고 한다.

"보통 골프 같은 운동은 주말에만 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모형비행기의 경우는 평일 저녁엔 직접 만들고, 주말엔 만든 비행기를 날려보는 재미가 있죠. 가끔 조립 과정이 너무 복잡해 스트레스가 더 쌓일 때도 있지만 그 어려운 조립을 끝마치고 잘 작동했을 때 정말 날아갈 듯 성취감을 느끼죠."

이 원장은 5년 전부터는 글라이더를 시작했다. 무선 조정기로 조작은 하되 동력 없이 바람의 힘만으로 날아가는 비행기다. 바람으로만 날아가다 보니 조작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 초보들은 비행기를 땅에 그대로 처박기 일쑤다.

이 원장은 몇년 전에 '알바트로스'라는 글라이더 동호회를 결성하기도 했다. 현재 회원 수는 20여명. 주말이면 거의 빠짐없이 그들과 비행기 날리러 야외로 간다. 금호강변이나 낙동강변 등에 비행기 날리기 좋은 공터를 만들어 자주 이용한단다. 가끔 상주 황금산 등 비행기 날리기 좋은 산도 찾는다.

이 원장은 모형비행기 외에 자동차경주와 그림 그리는 것도 즐긴다. "하루종일 병원이란 폐쇄된 공간에서 환자를 상대해야 하는 직업이니 만큼 업무 스트레스가 많죠. 다양한 취미 생활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어요."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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