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5천년 내력의 중국 황실 건강법

"마음을 맑게 하고 욕심을 줄여라"

젊음과 불사(不死)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다. 사람들은 몸에 이상이 있나 없나를 살폈고, 몸에 좋다는 영험한 양생법을 찾아다녔다. 수천 년 역사를 이어온 중국 황실도 마찬가지였다. 제국을 지배했던 그들은 건강과 미용을 다스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 책은 진시황에서부터 청말의 서태후에 이르기까지 중국 황실 사람들의 건강법과 미용법, 어의들의 활약상을 다루고 있다.

◆건륭제가 89세까지 산 비결

89세로 중국 황제 역사상 최고령자였던 청나라 건륭제는 운동과 약술, 약떡을 양생법으로 삼았다. 활쏘기, 사냥, 기마로 건강한 체력을 유지했고, 약주로 피를 잘 통하게 하고, 위를 따뜻하게 했다. 약주는 황제의 기를 보양했고 양기를 길러주었다. 건륭제가 즐겨 먹었던 약떡은 '팔진고'였다. 당삼과 복령 율무쌀, 제비콩, 백설탕이 주재료였다. 건륭제는 약떡으로 위와 뼈를 튼튼하게 했다.

원나라 인종은 오랜 정복 전쟁으로 피로가 누적됐고 정력이 떨어졌다. 성교 불능에 이를 지경이었다고 한다. 황실의 음식을 담당했던 홀사혜는 '양신구채죽'(羊腎■菜粥)을 만들어 황제의 건강을 살폈다. 양의 콩팥과 양고기, 부추와 구기자, 멥쌀을 끓여 만든 죽이었다. 양의 콩팥은 정력에 좋다. 이 죽을 먹은 지 석 달도 안 돼 인종은 원기를 회복했고 황후는 임신했다. 이후 인종은 이 죽을 궁중의 일상식으로 먹었다.

◆'의학박사' 청나라 강희제

청나라 강희제는 의학에 조예가 깊었다. 신하 이광지는 독창(일종의 부스럼)을 앓았는데 피부에서 고름이 나고 온몸이 건조했다. 강희제는 이광지에게 바닷물 두 통을 하사했다. 이광지는 이 바닷물로 매일 두 번씩 목욕했다. 동시에 양고기와 소고기, 닭고기 등을 많이 먹었다. 여덟달 만에 이광지의 고질병이 나았다.

69세까지 살았던 강희제가 강조한 건강법은 절제였다. 그는 신하들에게 "식사를 할 때는 오직 한 가지 음식만 먹는 것이 좋다. 닭고기를 먹을 땐 닭고기만 먹어야 한다. 일흔 된 노인은 짠 음식이나 젓갈을 먹어서는 안 된다. 밤에 야식도 안 된다. 야심한 시간에 등불 아래서 책을 읽는 것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서태후의 콤플렉스 머리카락

청나라 여걸 서태후의 콤플렉스는 머리카락이었다. 그녀가 먹었던 음식은 모두 고지방 식품이었고 머리카락에 기름이 많고 잘 빠졌다. 서태후는 대추 뿌리를 시루에 찌고 흘러나온 즙을 모아 두피에 발랐다. 대추 뿌리는 부드럽고 맛이 단데다 독이 없어 혈액 순환을 돕고 머리카락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됐다. 뽕잎과 삼나무 잎을 삶은 뒤 일곱번 머리를 감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뽕잎은 쓴맛과 단맛을 가졌으며 차가운 성질로 풍을 없애고 피를 식혀 해열에 도움이 됐다.

서태후는 또 비자나무 열매와 호두, 측백나무 잎을 찧어서 끓인 뒤 머리카락에 발라 빗었다. 비자 열매는 머리카락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았고, 호두는 머리카락에 윤기를 더해 주었다. 서태후는 젊음을 지키기 위해 사람의 젖을 마시고, 국화를 빻은 가루로 머리를 감았다.(아침마다 거울 앞에 앉아 머리카락을 당겨 이마의 주름을 폈을 것이다.)

◆양귀비의 미용법은 홍옥고

당나라 현종을 사로잡았던 양귀비는 미용을 위해 홍옥고를 썼다. 요즘 피부용 화장품으로 쓰는 것과 비슷했다. 살구씨 껍질을 벗기고 활석과 수은 가루를 곱게 갈아 찐 다음 얼음 조각과 사향, 계란 흰자를 넣어 배합해 고약처럼 만들었다. 얼굴을 씻은 다음 홍옥고를 바르면 피부를 윤택하게 하고, 혈맥을 소통시켰다. 수은 가루는 몸에 대단히 위험한 물질이지만 옛 사람들은 미백을 위해 수은 가루를 썼다.

제나라 왕은 우울증으로 한숨으로 세월을 보냈다. 어의 문지는 왕의 병을 특별한 방법으로 치료해야 함을 알았다. 문지는 왕과 진찰 시간을 정했지만 사흘 연속 진찰을 가지 않아 왕을 화나게 했다. 진찰한다면서 신발을 신은 채 왕의 침대에 올라가 왕을 질근질근 밟기도 했다. 왕에게 불손한 말을 뱉거나 말대꾸도 서슴지 않았다. 문지의 무례를 참을 수 없었던 왕은 체면도 잊은 채 폭언을 퍼부었다. 그렇게 화를 발산하자 마음속 우울한 기분이 사라졌다. 며칠 지나자 왕의 우울증은 완전히 나았다. 이는 일종의 격노법으로 마음속에 쌓여 있던 화를 바깥으로 내보내 병을 고치는 방법이었다.

◆황제들은 젊어서 죽었다

기원전 247년 한 고조부터 1908년 광서제까지 중국에는 208명의 황제들이 등장했다. 이들 중 청나라 건륭제가 89세, 남북조 시대의 양무제가 86세, 당나라의 무측천이 83세를 기록해 80을 넘겼다. 그러나 왕들 중 3분의 1이 24세에서 40세 사이에 죽었다. 또 3분의 1이 40세에서 60세 사이에 죽었다. 208명 황제의 평균수명은 38세 정도였다. 권력 다툼 때문에 목숨을 잃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특히 권력 다툼 과정의 스트레스가 그들을 늙고 병들게 했다.

무절제한 생활 역시 황제들의 수명을 단축했다. 황제들은 지나친 성생활과 운동 부족, 기름진 음식으로 엉망이 됐다. 당나라 의종의 딸 동창공주는 양의 심장, 장미꽃에 고인 이슬 같은 산해진미를 먹기만 하고 몸을 단련하지 않아 병에 걸려 죽었다. 남북조 시대의 북제 무성제는 술과 여자를 탐닉한 때문에 환각에 시달리는 병으로 고통스러워하다가 죽었다.

◆최고의 치료는 마음치료

어의들은 "맑은 공기를 마시면 100세까지 살 수 있고, 하루에 대추를 세알 먹으면 늙지 않는다고 했고, 깨끗한 미나리즙을 마시면 피가 맑아진다"고 했다. 그러나 역시 최고의 치료는 '마음 치료'였다.

명나라 세종 때 어의 고정방은 '마음을 맑게 하고 욕심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당 태종의 어의 손사막 역시 양생의 비결을 "적게 일하고, 적게 생각하고, 적게 걱정해야 한다"고 했다. 손사막 그 자신은 적게 일하고, 적게 걱정한 덕분에 100세까지 살았다.

생활 태도와 음식 섭취에 있어서도 절제가 중요했다. 89세까지 살았던 청나라 건륭제는 이른바 '골초'였지만 담배가 해롭다는 것을 알고 곧 끊었다. 원나라의 홀사혜는 "배고픈 듯 배고프지 않은 듯, 배부른 듯 배부르지 않은 듯한 정도로만 먹어야 한다. 지나치게 배가 부르면 폐장을 손상하고, 양기를 줄인다"고 했다.

344쪽, 1만3천800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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