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줄로 읽는 한권]여행자 마지막 샹그릴라인 네팔

"아름다운 호텔 뒤 켠 세탁실에선 점심시간 10분을 빼면 하루 종일 서서 침대 시트를 다림질을 해야 하는 여성들의 노동이 존재하고, 우리들의 편안한 트레킹을 위해 히말라야 포터들은 하루 3~4달러의 일당을 받으며 자신의 몸무게를 넘어서는 짐을 지고 히말라야를 오르고 있기도 하다."-때로 우리의 편안한 여행을 위해- 중에서

'희망을 여행하라' 이매진피스 임영신 · 이혜영 지음/소나무 펴냄/456쪽

/1만6천500원

"보드나트(Bodhnath)는 티베트계 종족들의 종교적 성지이자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따라서 히말라야 고산 지역에 사는 산사람들에게도 중요한 순례지여서 언제나 티베트인들로 붐빈다. 손에는 마니차를 들었거나 화려한 무지갯빛 울로 만든 앞치마를 두르고 무거운 은장신구로 치장을 하고 있다면 틀림없이 멀리서 온 티베트계 사람들이다."-보드나트- 중에서

'사진을 보면서 읽는 네팔, 히말라야…'여동완 · 현금호 사진 · 글/가각본 펴냄 /432쪽/2만원

'공정여행(公正旅行) 가이드북'이라는 부제가 붙은 '희망을 여행하라'는 조금 낯설긴 하지만 의미 있는 책이다. 특히 여행을 했거나 할 계획이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여행을 해야 하는가, 혹은 올바른 여행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가이드북과는 사뭇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사실 동남아 여행을 하면서 놀랐던 것은 많은 한국의 여행자들이 경제적 우월이 마치 문화적 우월인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이었다. 그들 상당수는 현지인들을 얘들이라 표현하면서 마치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는 식으로 행동하기 일쑤였다. 그 돈이란 것도 "70~85%가 외국인 소유 호텔이나 관광 관련 회사들에 의해 해외로 빠져 나가고 현지의 공동체에 돌아가는 것은 단지 1~2%"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우월감보다는 부끄러움이 앞서지 않을까 싶다. 여행은 분명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치유가 나만의 것이라면 그것은 이기적이고 독단적일 수밖에 없다. 나를 치유하기 위해 다른 이를 무시하는 것은 그 어떤 것이든 정당화될 수 없다. 공정무역(公正貿易), 공정여행의 작은 시작이야말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길이라는 것을 젊은 작가들에게서 배운다.

두 사진가의 이번 작업은 히말라야를 꿈꾸는 이들의 지침서다. 여동완의 또 다른 책'티베트 속으로'가 티베트 사람들의 삶과 종교에 대한 담담한 해설이었다면 이 책은 네팔에 대한 섬세한 해석이다. 많은 이들이 여행자들의 마지막 샹그릴라로 네팔을 말한다. 꽃들이 만발한 계곡 위로 만년설이 뒤덮인 연봉을 보며 걷는 트레킹은 가히 천국에 이르는 길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그 트레킹의 한편에 가난한 삶의 터전을 일구며 사는 네팔인들의 순수한 미소야말로 보고 간직해야할 것임에 틀림이 없다. 보드나트를 오체투지로 돌며 세상의 평화를 기원하던 노파의 환한 얼굴을 다시 보고 싶다.

전태흥(여행 작가·㈜미래티엔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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