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100일간 사람 잡아놓고 돈 타령만 하나

어제 열린 3차 개성공단 실무회담도 북측이 토지 임대료와 근로자 임금 인상 억지만 부려 성과 없이 끝났다. 현대아산 직원 유 씨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돈 더 달라는 소리만 되풀이했다는 것이다. 우리 측이 임대료 인상은 곤란하다고 밝히자 북측은 "이럴 바에는 더 회담할 필요가 없다"고까지 했다. 임대료 5억 달러를 내지 않으면 유 씨를 계속 억류하겠다는 엄포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던 유 씨가 북측에 억류돼 조사받기 시작한 게 지난 3월 30일이다. 어느새 100일이 다 되어가도 그의 생사조차 알 길이 없다. 정부는 그동안 몇 차례의 남북접촉에서 유 씨 문제 해결을 북측에 촉구했으나 북측은 아예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면서 입만 떼면 개성공단 파행의 원인이 6'15 공동선언을 이행하지 않는 남측 정부에 있다고 떠들어 대고 있다. 멀쩡한 사람을 붙잡아 놓고 돈 타령에 강짜나 부리고 있는 것이다.

북한 매체는 2일 "유 씨가 공화국 체제를 비난하고 탈북을 책동해 인민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며 비방하고 나섰다. 마치 유 씨가 큰 죄라도 지은 양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말로는 개성공단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하겠다면서 실제는 유 씨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목적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근로자를 인질로 삼아 돈을 더 받아 내겠다는 북측 행태가 해적의 소행과 무엇이 다른가.

정부는 매체까지 동원해 유 씨 문제에 대해 압박하고 남한 내 여론을 어지럽히는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끌려들어 가서는 안 된다. 생명을 담보로 흥정하는 것은 반인륜적인 행위임을 인식시키고 그런 비열한 수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우쳐 줘야 한다. 북측이 유 씨 문제에 대해 하루속히 태도를 바꾸도록 끈기를 갖고 확고하게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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