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시 주목받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대통령 재산 기부 계기, 기업인사 사회공헌 확산될까

기업인으로서 큰 성공을 거두고 대통령직에 오른 뒤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한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 기업인들의 사회 공헌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기업을 통해 일군 부(富)를 사회에 되돌려주는 '아름다운 모습'이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보수적이라는 지역 기업인들도 최근 사회공헌에 대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기부문화 확산중

오너가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지역에서도 기부문화가 번지고 있다.

금복주는 금복문화재단과 금복장학재단, 금복복지재단 등 공익재단을 3개나 만들어놓고 있다. 3개 재단을 더해 모두 500억원의 기금이 적립돼있다. 지역 기업 가운데 공익재단 규모로 따지면 최대다. 단일 기업이 3개의 재단을 만들어 문화·장학·복지사업에 기여하는 것은 전국적으로도 보기 드문 일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금복주는 재단을 통한 사회적 기부 이외에도 대구 달성군 화원동산(18만5천124.8m²·5만6천평)을 시민의 휴식처로 삼아야 한다며 대구시에 헌납했었고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위해 50억원 기부 약속을 했다.

CEO 개인이 소리나지 않게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춘곡장학회 이재섭 회장은 조일알미늄을 이끌어오면서 춘곡장학회를 통해 8천여명 안팎의 학생들에게 40억원에 육박하는 장학금을 내놨다. 저금리시대에 들어가면서 춘곡장학회의 장학금 지원액이 줄어들 형편에 놓치자 2005년에 19억원, 2006년 23억원 등 추가 출연을 하기도 했다.

대구의 대표적 차부품업체인 에스엘 이충곤 회장은 2006년 사재 100억원을 출연해 서봉문화재단을 만들었다. 이 회장은 이후 매년 2억5천여만원의 장학금·연구기금을 전달하고 있다. 또 어려운 이웃 수백가구를 선정해 건강보험료를 지원하고 '문화 나눔사업'도 하고 있다.

동일산업 오순택 대표는 1988년부터 30억원의 기금으로 장학사업을 시작, 최근까지 1천여명이 혜택을 봤다.

인터불고그룹 권영호 회장도 맹렬한 기부활동으로 화제를 뿌린다. 그는 지난해 200만㎡가 넘는 부동산을 계명대에 무상 기증했다. 권 회장이 기증한 땅은 계명대 성서캠퍼스 부지(163만9천여㎡·50만평)의 1.5배 면적으로 시가 200억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권 회장은 1986년 동영장학재단을 설립하는 등 최근까지 7천여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80억원의 장학금을 줬고, 1996년 고(故) 안익태 선생 유택을 매입해 정부에 기증하기도 했다.

이인중 회장의 화성산업·동아백화점도 화성장학문화재단을 통해 장학금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문화사업 등을 하고 있고, 구정모 대표가 이끄는 대구백화점도 매년 억대가 넘는 기부를 하고 있다.

한라주택의 한라효흥장학문화재단, 태창철강의 태창장학문화재단 등도 오너 기업의 사회공헌 사례다.

오너 기업이 아닌 회사로는 대구은행이 돋보인다. 100억원 규모의 장학재단을 갖고 있는 대구은행은 올들어 대구경북지역 고등학생과 대학생 198명에게 장학금 2억300만원을 전달하는 등 최근까지 3천500여명의 학생들에게 40억원이 넘는 장학금을 지원하고 10억원에 육박하는 학습 기자재 지원금을 줬다.

◆거대기업 총수들은?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증여 문제와 이른바 'X-파일' 논란이 불거졌던 2006년 2월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 기금 등으로 모두 8천억원 상당을 사회에 헌납했다.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은 나중에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으로 이름을 바꿨고, 현재 국내 최대의 민간위탁 장학재단으로 운영되고 있다.

삼성은 또 지난해 4월 특검 수사로 드러난 이 전 회장의 차명 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하면서 조세포탈이 문제가 된 계좌의 돈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밝힌 상태다. '유익한 일'에 쓸 금액은 1조원을 크게 웃돌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2006년 4월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의 소환을 앞두고 "사재를 출연해 1조원의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해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공언했다. 정 회장은 2007년 11월 600억원 상당인 글로비스 주식 92만3천77주를, 지난해 7월에는 이 주식 48만7천805주 등 총 900억원 상당을 해비치 재단에 출연했다. 해비치 재단은 정 회장이 출연한 기금을 토대로 2008년 12월 '해비치 꿈나무 육성' 사업을 위한 장학증서 전달식과 문화예술 소외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찾아가는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 협약식을 맺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SK C&C, 워커힐, SK증권의 보유 지분 등 지난 10여 년간세 차례에 걸쳐 개인 재산을 내놨다. 사재 출연액을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6천억원 이상이다.

한편 홈플러스 이승한 회장은 6일 "풀뿌리 사회공헌활동을 통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사회기여재단을 올해 안에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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