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통닭집이 얼마 전 경영 부진으로 결국 문을 닫았다. 하도 장사가 안 돼 늦봄부터 복날만 고대하더니 여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원체 목이 좋지 않았다.
대구시가 문화창작 교류센터 사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동구 봉무동 이시아폴리스냐, 중구 수창동 구 KT&G냐를 놓고 최종 부지 선정 작업이 두 달 넘게 스톱 상태다. 시는 이시아폴리스를 유력 후보지로 밀고 있다. 시가 중앙정부로부터 156억원의 국비 보조를 약속받을 당시 문화창작 교류센터는 지금보다 개념이 모호했다. 용역보고서에 도서관, 박물관 면적이 연습장보다 더 넓은 것은 이 때문이다. 거액의 국비를 따내려면 사업을 키울 필요가 컸을 것이다.
문화예술 시설은 아무리 최신식이어도 사람이 안 오면 존재 가치가 없다. 시는 당초에는 객석을 넣지 않겠다고 하더니, 이제는 제작사들의 트라이 아웃(시범공연)을 위해 100~200석짜리 객석을 넣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접근성의 우선 순위는 더 올라간다. 국비 확보를 위해 대규모 시설에 넓은 부지가 필요하고, 그래서 외곽지라도 괜찮다는 건 공무원다운 발상이다. 1천억원이 넘는 대구시립미술관(수성구 삼덕동), 국립 대구과학관(달성군 현풍면)이 실패한 입지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이런 식의 접근 때문이었다.
시의 교류센터 운영에 대한 복안도 문제다. 용역보고서 어디에서도 운영 전략을 찾아볼 수 없다. 시장 조사도 없다. 교류센터는 시비 투자액이 300억원을 넘는다. 국비의 두 배다. 자칫 세금 잡아먹는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
'공연 문화 중심 도시'를 천명한 대구시로서는 더딘 사업 진척이 답답할 수 있다. 애써 따 낸 국비를 날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신중해야 한다. 통닭집이야 한 집의 비극으로 그치지만, 공공 시설은 다르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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