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민주노총.전교조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한다

KT 노동조합이 조합원 투표에서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 탈퇴를 결의했다. 조합원이 2만8천여 명인 KT 노조는 현대차'기아차에 이어 민주노총에서 노조원 수가 세 번째로 많다. 그러잖아도 2006년 75만 명이던 조합원 수가 지난해 65만 명으로 감소할 정도로 민주노총은 1995년 출범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KT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는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95%가 압도적으로 찬성했다는 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KT 노조는 갈등과 대립의 노사 관계를 뛰어넘어 상생과 연대의 노동운동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민주노총이 위기에 처한 원인과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이 모두 담겨 있다. 민주노총의 과도한 정치'이념 투쟁에 염증을 느낀 조합원들이 실질적이고 주체적인 노동운동을 요구하게 됐고, 그에 따라 노조들이 민주노총을 잇달아 탈퇴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이념 투쟁에 몰입해 세가 약해지기는 전교조도 마찬가지다. 전교조 조합원 수는 2003년 9만3천여 명에서 올 3월엔 6만9천여 명으로 격감했다. 시국선언과 같은 전교조의 과도한 정치 투쟁 탓에 조합원이 조직을 떠나고 있다. 대운하 재추진 의혹 해소와 같은 주장을 담은, 정당 또는 시민단체나 할 수 있는 시국선언을 교사들이 만든 단체에서 주도하는 현실에 염증을 느끼는 조합원들이 적지 않다고 본다.

사정이 이와 같은데도 민주노총'전교조는 보수 세력의 개입 의혹, 민주주의 수호와 같은 엉뚱한 얘기만 하고 있다. 노동'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모르거나, 아니면 애써 현실을 외면하려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어떤 조직이든 현장의 목소리,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서는 생존하기 힘들다. 조합원들의 목소리와 의견을 겸허한 자세로 살피고 받아들이는 것이 민주노총과 전교조가 살아남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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